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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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영세 사업장 노동환경…임금 체불·성희롱 등 가장 많아

영세한 사업장에서 임금 체불과 성희롱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정책을 확대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 1조7845억원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1조3472억원)보다 32.5% 증가한 액수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19년 1조7217억원보다도 많다.

 

사진=뉴스1

체불 피해 근로자도 늘었다. 지난해 체불 피해 근로자는 27만5432명으로 지난해 23만7501명보다 16.0% 많았다. 

 

규모별로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체불액의 74.1%가 발생하는 등 임금 체불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열악한 영세 사업장에서 임금 체불이 더 많이 발생한 셈이다. 사업장 종류별로는 제조업이 30.5%로 가장 많았고 건설업(24.4%), 도소매·숙박업(12.7%)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성희롱 발생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희롱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업주의 조치의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비중은 40.6%에 달했다.

 

고용부가 2021년과 2022년 성희롱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민간 사업장 성희롱 신고 사건 현황을 파악한 것에선 전체 1464건 사업장 중 30인 미만 사업장이 594건으로 확인됐다. 규모 확인이 불가한 신고사건 514건을 제외하면 전체 40.6%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다.

 

30인 미만 사업장 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1∼4인이 227건(15.5%)으로 가장 많았다. 10∼29인(221건·15.1%), 5∼9인(146건·10.0%) 순이었다.

 

가해자는 사업주·대표이사 비중이 높았다. 고용부 성희롱 익명신고센터에 2018∼2022년 신고된 2295건 중 사업주·대표이사가 가해자인 경우는 27.5%였는데 이 중 30인 미만 사업장은 66.7%를 차지했다.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업주나 대표이사의 가해 비율이 높았던 것이다.

 

문제는 소규모 기업의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비율은 낮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발간한 ‘2022년 평등의전화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 70.3%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5∼9인 사업장은 69.0%, 10∼29인 사업장은 60.7%에 달했다. 성희롱 발생 확률이 높은 곳에서 예방교육 실시 비중은 적은 셈이다.

 

고용부는 이에 2005년부터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무료강사 지원 사고용업을 실시하고 있다. 피해 근로자에게 심리 정서 치유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고용평등상담실도 운영 중인데 올해 예산이 줄고 소규모 사업장 대비 지원 규모가 부족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은 “고용부 등 관계 중앙부처 차원에서 직장 내 성희롱 고충처리를 위한 외부기관 연계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확대 등 소규모 사업장을 타겟화한 지원 정책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