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다단계로 돈을 번 농협중앙회 직원에 대한 징계 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사건으로 농협 조직 내부에 다단계 ‘투잡’이 만연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부는 지난 7일 농협중앙회 전 직원 정모씨가 해고를 무효로 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농협중앙회 차장이던 정씨는 지난 2016년부터 한 다단계 회사 판매원으로서 동료 직원들에게 건강기능식품을 팔다 2018년 적발돼 징계 해고됐다. 정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2019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겸업금지의무 위반, 근무 시간 중 내부 직원 대상 영업 행위 등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징계 수준이 과하다며 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단계 판매가 농협중앙회 사업 영역과 충돌하지 않고, 정씨가 동료들에게 구매를 강요한 적도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과거 농협은행 직원 가운데 정씨와 같은 다단계 회사 판매원으로 활동하다 해고 4명, 정직 2명, 감봉 2명 등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사례를 농협중앙회 측이 재판부에 제시하면서다.
2심 재판부는 정씨가 농협은행에서 중징계당한 이들 못지않게 심각한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그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씨가 농협중앙회에 직접적으로 중대한 손해를 일으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업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있어 농협 내 다단계 투잡 관련 소송전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농협은행에서 징계 해고된 1명은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냈고, 농협은행이 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내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