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 카타르의 2연패로 끝났다. 우승을 목표로 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형편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쓸쓸히 돌아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역할에 집중하지 못하며 불성실하게 대표팀을 운영했고, 목표 역시 이루지 못한 채 귀국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을 분석 대상으로 두고 코치진 개편 등 강도 높은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분석 대상인 클린스만 감독이 다시 출국하면서 축구협회 역시 난처해진 상황이다.
12일 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전력강화위원회를 개최한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감독이 최우선 분석의 대상이 될 예정이지만 거취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코칭스테프 개편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이 먼저 언급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결승 진출에 실패한 직후 “한국에서 분석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8일 귀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표팀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클린스만 감독의 진심은 알기 어려운 상태다. 귀국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을 향해 엿이 날라오는 상황 속에서도 “희로애락 역시 축구의 일부”라며 “지도자와 축구인은 비판을 감수할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주 출국해 휴식을 취한 뒤 유럽파를 점검하겠다”고 언급했지만 10일 곧바로 미국 자택으로 떠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없기 때문에 전력강화위에 사령탑이 참석할지, 아니면 개최가 될 수는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이 악화한 건 결과와 과정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상주하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지적에 클린스만 감독은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성적으로 말하겠다던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역대 최고의 멤버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로 팀을 꾸리고 2승3무1패를 기록했다. 4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파울루 벤투 전 감독보다 낫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벤투호는 8강에서 카타르에 0-1로 패했지만 4승1패의 성적을 거뒀다.
일각에서는 이런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냉정한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선임을 결정한 마이클 뮐러 위원장이 이끌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뮐러 위원장은 수많은 비판 여론에도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만큼 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당시 뮐러 위원장은 23명의 후보군 가운데 5명을 추렸고 결국 클린스만 감독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유에 대해 △한국에 관심이 많은 점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을 강하게 원한 점 △단기부터 장기 목표까지 확실한 점 △협회와 함께 발전할 마음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큰 점 △전술적인 부분 외에도 현대 축구에서 데이터를 접목하는데 유능한 점 등을 꼽은 바 있다. 외신은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을 떠나게 된다면 위약금이 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니 정치권까지 나서 클린스만 감독 문제에 대한 거취에 대해 언급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뮐러 위원장은 새 사령탑 후임 후보부터 접촉까지 독점했던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며 “감독 교체에 대한 의견을 쉽게 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투 전 감독이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다는 점과 다음 달 월드컵 예선 태국전을 앞두고 사기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대표팀에 더 집중해 달라는 식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정배 축구협회 상근 부회장은 전력강화위 개최 일정과 클린스만 감독의 위원회 참석 여부 등을 묻기 위한 취재에 “통화가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