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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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킬러·히어로 ‘장르물’ 섭렵… “나만의 色 찾았지요”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주연 열연한 배우 김혜준

하루아침에 삼촌 유산 물려받은 조카
킬러들 표적 된 뒤 목숨 건 대결 펼쳐
동명소설 원작… 무에타이 액션 짜릿

‘킹덤’으로 대중 ‘눈도장·혹평’ 동시에
“마음고생 컸지만 날 아끼는 법 배워”
차기작 ‘캐셔로’… “이젠 멜로도 욕심”

“(‘킹덤’ 시즌 1과 2를 통해) 혹평과 호평을 같이 받았던 때를 견디면서 많이 단단해졌어요. 관심을 많이 받았던 때였죠. 그때 제 성격상 도망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겨내고 싶었어요. 나는 이 순간이 힘들지만 견딜 만큼 연기가 좋다는 것을 느꼈어요.”

조선에 좀비를 들끓게 한 흑막의 일원이자 권력자였던 여인이 이제는 킬러들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전사가 됐다. 배우 김혜준의 이야기다. 김혜준은 2015년 네이버TV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으로 데뷔했으며, 이후 tvN ‘SNL KOREA’ 시즌 7에서 고정 크루로 합류했다.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주인공 지안을 연기한 김혜준은 “혹평과 호평을 같이 받았던 때를 견디면서 많이 단단해졌다”며 “(서른 살은) ‘나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하지만 그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그는 조선의 중전 조씨를 연기하며 극에서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사극을 연기한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주지훈·류승룡·배두나·김상호·허준호·진선규·김성규·박병은·전석호 등 연기파 배우들과 비교돼서 그런지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그는 다양한 연기에 도전, 최근에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주연을 맡기까지 했다.

지난 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준은 “이제 배우 10년 차로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자신을 낮췄다. “고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싶은데,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욕심이 있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시간을 겪으면서 더 단단해졌고, 저 자신을 아껴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어요. 예전에는 스스로 상처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줄고 저를 아껴 주게 됐습니다.”

그가 연기한 ‘킬러들의 쇼핑몰’ 속 지안도 그와 닮았다. 지안은 어렸을 적 부모님을 잃고 삼촌 진만(이동욱)의 손에 자란다. 성인이 된 뒤 갑자기 진만의 죽음을 듣게 되고, 그가 남긴 유산으로 인해 킬러들의 표적이 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 드라마는 강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김혜준은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흘러가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성장하는 지안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출연 제의는 거절했다. “또래 배우에 비해 장르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피가 나오지 않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일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고사를 했는데 두 번째 제안을 받고 고심했어요. 대본이 그만큼 너무 재밌었죠.”

출연 이유 중 하나로 “이동욱 배우가 캐스팅된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밝힌 김혜준은 “(이동욱은) 조언을 잘 안 해 주는 성격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저를 신뢰해 주셨다”고 그와의 일화도 언급했다.

김혜준은 극 중 액션부터 무에타이(킥복싱), 총격전까지 다양한 액션 신을 선보인다. 그는 촬영 4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을 다녔다고 했다. “모든 장면이 힘들었어요. 장르 자체가 액션물이다 보니 액션스쿨을 다녔는데 그게 힘듦의 시작이었죠. 냉장고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가장 무서웠어요. 떨어지는 속도도 엄청 빨랐고 용기가 필요했던 촬영이에요.”

더불어 극 중 지안에게 무에타이를 가르치는 파신을 연기한 김민과의 인연도 언급했다. 그는 “워낙 무에타이를 비롯한 무술을 잘해 도장을 함께 다니는 등 도움을 받았다”며 “김민 배우에게 진짜로 무에타이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 ‘변신’(2019)과 ‘싱크홀’(2021), 드라마 ‘구경이’(2021)와 ‘커넥트’(2022) 그리고 ‘킬러들의 쇼핑몰’까지. 최근 장르물에 연달아 출연한 부분에 대해 김혜준은 “스스로 평범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이 돌발 행동을 했을 때 오는 반전을 기대하는 듯하다”며 “노린 건 아닌데 나만의 색과 무기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1995년생인 김혜준은 올해 30세가 됐다. 그는 “서른이 됐으니 멜로, 로맨스 코미디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캐셔로’.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히어로물이다. 김혜준은 숫자에 대해 남다른 감각과 재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한다.

“과거 30대를 막연하게 떠올렸을 때 안정감 있는 모습을 생각했는데, 실제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그런 기대감이 있어요. (서른 살은) ‘나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만드는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