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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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곳 이상서 돈 빌린 다중채무자 ‘역대 최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450만명
연체율도 1.5%… 4년 만에 최고
가계대출 차주의 22.7% 달해

3곳 이상의 금융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이들의 연체율도 4년 만에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2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표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 차주(1983만명)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2.7%에 달했다.

다중채무자 전체의 대출잔액은 56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572조4000억원)보다 4조3000억원 줄어들었다. 다중채무자 수는 늘었지만 총 잔액은 줄면서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같은 기간 160만원(1억2785만원→1억2625만원) 감소했다.

이들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로 직전 분기 말(1.4%)보다 0.1%포인트 더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다.

다중채무자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분석됐다. DSR이란 차주의 상환능력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차주가 보유한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눠 산출한다. 지난해 2분기(61.5%)보다는 3.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다중채무자들은 평균적으로 연 소득의 60% 가까이 금융 기관 대출을 갚는 데 써야 한다는 의미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취약차주’는 지난해 2분기 126만명에서 3분기 128만명으로 3개월 사이 2만명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차주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6.5%로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양 의원은 “역대 최대 다중채무자 수와 4년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 등 가계부채 지표는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수요를 자극할 소지가 있는 정책 상품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