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가자 최남단 라파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강행하면서 큰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를 직접 만류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관계가 전쟁 개시 이래 가장 악화한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는 이날 새벽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최소 1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부상자는 약 230명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서 “일련의 군사작전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한 뒤 별개의 성명에서 이스라엘인 인질 2명을 라파에서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때 납치돼 피랍 128일 만에 풀려났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라파는 가자지구 내 지상전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머무는 곳이다.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인구 240만명의 절반이 넘는 약 140만명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라파에도 하마스 잔당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지상작전에 앞서 최근 공습을 강화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라파 지상전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하고 믿을 수 있는 계획 없이”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현지 매체를 통해 직접 미 국민의 지지를 촉구하면서 두 리더 간의 갈등은 고조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 ABC방송에서 “라파에 진입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전쟁에서 지라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 자문위원 등 19명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더는 네타냐후 총리를 ‘생산적인 파트너’로 보고 있지 않다며 전쟁이 시작한 이후로 양측 간 균열이 가장 깊은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