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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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서 밀려나는 2030 여성들, 자살률에 영향”

비정규직·시간제근로 비중과 연관
25∼29세서 3년간 동반 상승세
“노동시장 내 주변화 심화” 평가

한국의 청년 여성 자살률이 유독 높은 것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밀려나는 현상이 점점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일 학계에 따르면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여성학회의 ‘한국여성학’ 최근호에 실린 ‘노동시장에서의 위기심화와 청년여성 자살률’ 논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의 여성 자살률은 14.9%(2020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며 2018년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이 교수는 일자리의 질을 반영하는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 비중 등이 2018년을 기점으로 증가한 청년 여성 자살률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논문이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5∼29세 여성 자살률은 2018년 13.9%을 기록한 뒤 2019년 16.5%, 2020년 19.4%, 2021년 20.2%로 늘어났다. 이 연령대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8년 23.34%에서 2019년 29.64%로 급증했고 2021년 31.94%까지 올라갔다. 이 경향은 30∼34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25세 이상 및 30대 여성의 경우 니트(NEET·학업이나 일, 구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 비율이 자살률과 긴밀한 연관을 보였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많은 청년 여성이 실업을 경험하거나 비정규직, 시간제 노동으로 흡수되며 여성의 노동시장 내 주변화가 심화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청년여성의 비율과 자살률이 비례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의 배제로 이들이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