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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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전의 불태우는 의료계 ['의대 증원' 충돌]

조규홍 장관·박민수 차관·김윤 교수 등
의협 게시판에 실명 올리며 강력 성토

최대집·노환규·주수호 등 전 의협 회장
“형사 고발” “의사 노예화… 끝까지 투쟁”

‘더보연’ 등 일각선 “의대 증원지지” 밝혀
차기 의협 회장 출마 정운용 찬성 나서

“보건복지부 장관은 처단해야 할 원수”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이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곳곳에서 원색적인 비난과 과격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파업과 같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는 등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면서 비난 수위가 더 높아지는 양상이다.

12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대한의사협회(의협) 게시판에 올라온 ‘왜 의사들은 파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는 ‘처단해야 할 원수’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김윤 서울의대 교수를 실명 거론했다. 이 글을 쓴 의협 회원 A씨는 “의대생들은 반대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야 하며, 특히 처단해야 할 원수로 복지부 장관, 박민수 차관과 어용교수 서울대 김윤 교수 등을 성토해야 한다”고 썼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을 최소 30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지난해 의협은 그가 “‘밥그릇 지키기’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자체 징계를 추진하기도 했다. A씨는 또 의협, 전공의, 의협, 의대교수 등의 집단행동을 독려하며 “똥개도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하거늘, 만약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개만도 못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의협 등 의사 단체들이 파업 등 단체 행동을 예고한 가운데 의협 전현직 의협 임원들의 엄포성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문재인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저지를 이끌었던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나치스’ 같은 협박을 일삼는 조 장관과 박 차관을 형사고발하겠다”고 썼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을 독려하는 듯한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에 대해 꾸준히 비판해 왔던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면서 “의사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고, 문제는 그 재앙적 결과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혼란을 상기하면서 “재앙은 시작됐다”고도 했다. 또 정부가 의사 단체의 파업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하며 “겁을 주면 의사들은 지릴 것으로 생각했나 보다”라고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에 대한 강경 노선을 유일한 돌파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의협 내부에서도 강성 인사로 분류되는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의사 알기를 노예로 아는 정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주 전 회장은 자신의 SNS에 “이번 투쟁 대상은 복지부 나부랭이가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와 의사들을 죽이자는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하는 대정부 투쟁”이라며 “의사를 노예화하고 겁박하면 우리는 끝까지 싸운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고 썼다가 지방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도는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 등을 의미한다. 논란이 커지자 주 전 회장은 “지방 비하의 의도는 없었으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민도를 ‘환자’로 수정했다.

 

다수의 의사들의 반발하는 가운데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대 증원 찬성 목소리도 나온다.

중수본 개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1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제5차 회의를 개최해 비상진료 및 응급의료체계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더좋은보건의료연대’(더보연)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의대 증원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더보연은 추무진 전 의협 회장과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 환자들이 연대해 결성한 단체다. 더보연은 의대 정원을 매년 최대 4500명씩 30년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보연은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는 국민을 위한 필수 의료 확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며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등 지역·필수의료를 위한 추가 대책을 촉구했다.

 

차기 의협 회장 출마를 선언한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대표도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정 대표는 차기 의협 회장 후보 중 유일하게 증원에 찬성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병원 단체는 의대 증원에는 찬성하나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