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규(사법연수원 32기) 공수처 수사1부 부장검사가 검찰 재직 시절 이른바 ‘수사 기록 유출’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사의를 밝히면서 해당 사건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장과 검찰 모두 대법원에 상고해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은 2014년 전주지검 검사 시절 사기 등 혐의로 수사한 A씨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서 사본을 이듬해 2월 검찰 퇴직 후에도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하다가 같은 해 5월 B 변호사에게 줘 업무상 알게 된 개인 정보를 누설한 혐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로 2020년 재판에 넘겨졌다. B 변호사는 영리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제공받은 혐의(개인정보 보호법 위반)로 함께 기소됐다. 문제의 A씨 구속영장 청구 의견서 사본엔 A씨의 범죄 혐의, 각종 증거서류를 스캔해 편집한 내용 외에도 참고인 19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직업 등 개인 정보가 기재돼 있었다.
A씨 피해자 모임 대표 C씨의 A씨 고발 사건을 수임한 B 변호사는 친구인 김 부장에게 A씨 관련 자료가 있으면 달라고 해 문제의 사본을 받은 뒤 C씨에게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김 부장에게 진술 조서, B 변호사에겐 수사 보고서 등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김 부장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2021년 1심은 문제의 사본은 증거능력이 없고, 원본인 검찰 구속영장 의견서를 정확히 옮기어 베낀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본 작성 일자가 2014년 11월25일인 반면, 검찰 구속영장 의견서엔 2014년 11월26일자 변호인 의견서 등이 기재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이성복)는 지난 6일 김 부장에 대한 원심 판결을 깨고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사본이 검찰이 항소심에서 추가로 제출한 증거, 즉 김 부장이 A씨를 기소하며 작성한 공판 카드에 첨부된 구속영장 청구 의견서 사본과 동일하다고 판단하며 그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공판 카드 의견서 표지의 작성 일자가 2014년 11월25일이고, 문제의 사본에 누락된 표지와 목차 등 6쪽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이 공판 카드 의견서와 동일한 점 등에 비춰 김 부장이 A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 때 제출한 최종본의 사본으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또 B 변호사가 C씨와 통화하며 문제의 사본을 “수사 기밀”이라 칭하고 “이게 만일 이슈가 되면 저나 김 변호사(당시 김 부장)가 자격정지를 먹어 일을 2∼3년 못 한다”고 한 데 대해 “단순한 초안이었다면 그 같은 반응을 나타낼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김 부장에게 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다만 B 변호사에 대해선 “성공 보수 약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영리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김 부장은 선고 다음 날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해 “민간인 시절 시작된 엇갈린 형사재판 결과가 공수처와 구성원들에게 누가 돼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장은 업무 인수인계 등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다한 뒤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는 오는 29일에 사직서를 내기로 했다.
김 부장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공수처장 직무대행은 직제 순에 따라 송창진 수사2부장이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