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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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파위 없으니 아무 것도 못하는 현대건설, 선두 싸움 향방 가르는 승점 6짜리 경기에서 시즌 최악의 경기를 했다

프로배구에서 1,2위 간의 맞대결은 흔히 승점 6짜리 경기라고 한다. 내가 이겨 승점 3을 획득하면 상대의 승점 3을 획득할 기회를 뺏는 것이기 때문에 승점 6의 효과가 있다.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선두 싸움의 판도를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됐던 12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선두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의 2023~2024시즌 5라운드 맞대결. 많은 게 걸린데다 설 연휴 마지막날이라 이날 수원체육관에는 빈 자리가 없이 빼곡했다. 3834석이 매진됐다. 지난 1월14일 정관정전 이후 현대건설의 올 시즌 두 번째 매진이었다.

배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 현대건설은 힘 한 번도 써보지 못하고 세트스코어 0-3(14-25 18-25 20-25) 완패를 당했다.  

 

현대건설은 위파위 시통(태국)의 공백이 컸다. 위파위는 현대건설의 아웃사이드 히터 중에 유일하게 공수겸장이 다 되는 자원이다. 위파위는 지난 9일 GS칼텍스전 2세트에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벤치로 물러났고, 이날 강성형 감독은 경기 전 “위파위가 큰 부상은 아니지만,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오늘은 빼고 간다”고 밝혔다.

위파위를 쓸 수 없게 된 강 감독의 이날 아웃사이드 히터 선택은 정지윤과 김주향이었다. 두 선수 모두 리시브 효율이 시즌 평균 20%대 후반대에서 30%대 초반을 오가는, 리시브에는 큰 장점이 없는 선수들이다.

 

이날도 두 선수의 리시브 효율은 바닥을 쳤다. 김주향은 팀에서 가장 많은 25개의 서브를 받아 9개를 정확하게 전달했지만, 3개의 리시브를 서브득점으로 헌납해 리시브 효율이 24%. 정지윤은 14개 중 4개 정확, 1개 실패해 효율이 21.43%. 두 선수가 흥국생명 서브에 정신없이 털리다보니 현대건설은 1세트는 힘 한번 써도 못하고 패했다.

2세트 들어 강 감독은 리시브 안정을 위해 김주향 대신 고예림을 선발 투입했다. 정지윤, 김주향에 비해 공격은 다소 약해도 리시브에는 강점이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 그러나 고예림 역시 10개의 서브를 받아 단 2개만 정확하게 연결했고, 1개는 서브득점을 먹었다. 리시브 효율 10%. 위파위의 공백을 메워야할 세 선수의 리시브 효율이 이랬으니 현대건설이 이길래야 이길 수 없었다. 물론 리베로 김연견조차 책임을 피해갈 순 없다. 김연견도 서브 16개를 받아 7개만 정확하게 연결하고 서브득점 2개를 허용했다. 리시브 효율은 31.25%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공격에서 제 몫을 해준 것도 아니었다. 가장 길게 코트를 지킨 정지윤은 오픈 공격 11개는 단 하나의 득점도 연결시키지 못했고, 퀵오픈 10개 시도해 2개 성공. 공격 성공률은 9.5%. 공격 효율은 –19.05%. 그야말로 코트에 있는 게 민폐인 수준이었다. 김주향과 고예림 모두 33.33%의 공격 성공률로 각각 6점, 2점에 그쳤다. 공수에서 세 선수 낙제점 이하였다.

경기 뒤 강 감독은 착잡한 심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위파위 공백이 실감됐냐는 질문에 강 감독은 “위파위 공백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 지난 9일 경기를 했다고 체력 얘기를 하기에도 핑계다. 상대에게 철저하게 압도당했다. 리시브나 연결 등등 모든 부분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웃사이드 히터 세 선수가 공격이나 리시브 모두 마이너스 효율이 나오더라.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