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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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에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 아니다”라는 인재개발원장…“인간적 고뇌”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유튜브에 “의사들, 십중팔구 윤 대통령 지지 성향” 영상 올라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대통령도 마음 편하지 않을 것” 등 주장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12일 올라온 김채환 원장의 영상.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유튜브 채널 캡처

 

인사혁신처 산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 당시 야권에서 ‘극우 인사’라는 지적을 받은 김채환 원장의 ‘윤석열 대통령 띄우기’로 해석되는 영상이 인재개발원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정치 편향성 논란이 예상된다. 의대증원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정책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 속에 ‘인간적 고뇌’가 있었을 거라는 김 원장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지난 12일 영상은 제목만 다를 뿐 그의 개인 채널에도 게재되어 있다.

 

인재개발원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김 원장은 “올바른 역사관, 책임있는 국가관, 명확한 안보관이라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토대로 지금 우리가 처한 시대를 올바로 읽고 변화에 대응하면서, 혁신에 앞장설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하라는 소명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소중히 받들겠다”고 말해둔 터다.

 

김 원장은 인재개발원 채널의 ‘힘들고 고달퍼도, 할 일은 한다’는 제목의 약 10분 분량 영상에서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안정된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인 면에서 십중팔구 윤 대통령과 같은 보수 지지 성향을 보이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반대하는 의료개혁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의 입장”이라며 “(대통령도) 인간인데 자신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 반대하는 일을 추진하는 게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대통령의 모든 결정에는 쉬운 게 없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 고뇌 또한 상당하지 않았겠나”라며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의대생의 증원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대한의사협회라는 의료계 최대 이익단체의 거대한 반발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지지층이라 생각하는 의사 집단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민 전체 이익을 위해 할 일을 미루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 결단이라고도 치켜세웠다.

 

김 원장은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많은 일을 해왔다”며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암적 존재인 노조병을 치유했다”는 말도 더했다. 특히 “불법파업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가 20년 만에 과거 정부 대비 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을 정도”라고 언급한 대목에서는 “불법파업을 일삼은 양대노조를 법치주의의 발아래에 무릎 꿇렸다”는 표현도 썼다.

 

김 원장은 “이번 정부는 뭔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면서, 의대증원 등 의료계 전반 개혁을 총선 이후로 넘기자는 건의에도 ‘정치적 계산’ 없는 윤 대통령의 단호한 결단이 내려졌다는 취지로 강조했다. 영상 말미 ‘리더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보는 이에게 던진 후에는 “리더는 미래를 향해 사람을 이끌고 가는 존재”라며 “당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헤쳐 나가자 설득하며,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향해 온 국민을 계속 걷자고 설득하는 존재”라고 내세웠다.

 

이 영상은 제목만 다를 뿐 같은 내용으로 김 원장의 개인 채널에도 올라와 있다.

 

앞서 김 원장은 지난해 인재개발원장 내정자일 당시 민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지난해 6월 당 회의에서 김 내정자가 운영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며 “‘문재인 군 생체실험’, ‘세월호 이태원 굿판’ 등 자극적 허위 사실로 극우 보수층을 선동하는 내용이 즐비했다”며 주장했고, 서영교 최고위원은 영상 시청 후 “쓰레기네”라며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같은 시기 KBS 라디오에서 “인재개발원장에 일베 수준 유튜버 하는 분이 들어왔다”면서, “(집권 후) 1~2년이 지나면 국민통합을 위한 인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여당 내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인사를 중용하는 게 놀랍다”고 비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13일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채환 원장은 인재개발원장이 되기 전, ‘문재인 대통령 생체실험 지시, 중국 공산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시위 영향력 행사’ 등의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를 비롯해서 막말, 혐오 컨텐츠를 제작하고 유포한 사람”이라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기준대로라면 이러한 사람들이 청산되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공직자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교육을 책임지는 훈련기관이고, 그 영향력이 전체 공직자에게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공직사회는 정치적으로 아무리 혼란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철저하게 균형을 지켜야 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인재개발원은 해당 영상과 썸네일이 어떻게 공식 채널에 올라가게 되었는지 밝혀야 한다”며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처리할 건지 그 경위를 낱낱이 조사해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