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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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5명 사망...제조업보다 산재사망비율 높아

유족 보상 등 주체·절차는 아직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철제구조물이 무너져내려 작업 중인 근로자 2명이 매몰됐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지난 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가운데 국내 대기업 조선소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전관리자가 있고, 체계적인 안전보건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도 여전히 근로자가 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철제구조물이 무너져내려 작업 중인 근로자 2명이 매몰됐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사고는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발생했다. 원유생산설비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9000여t짜리 철제 구조물인 블록이 무너져 내렸다. 아래에 있던 근로자 2명이 철제 구조물에 깔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조대가 오후 7시16분 구조물에 깔려 있는 근로자들을 구조했지만, 60대 근로자 A씨는 이미 숨졌다. 50대 근로자 B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다. 이들은 HD현대중공업이 계약한 사외 전문업체 소속 근로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목격자와 회사를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지난 12일 오후 6시50분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해양공장에서 철제구조물이 무너져내려 작업 중인 근로자 2명이 매몰됐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HD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인 2022년 4월에도 울산조선소 패널공장에서 철판을 자르고 가용접을 하는 작업 중 폭발로 근로자 1명이 사망했다. 앞서 같은 해 1월엔 크레인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HD현대중공업은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교육을 한다며 모든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3대 안전시설물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발판, 조명, 환기시설을 강화했다. 지난 달 초에는 ‘중대재해 없는 1000일 달성’을 올해 안전목표로 세우고, 안전관리활동에 모든 조직이 함께 동참하는 전사적 안전관리(ESP·Enterprise Safety Planning)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도 늘렸다. 협력사 안전관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HD현대중공업 최고안전책임자와 안전지원전담팀이 사외 협력사를 찾아 안전관리 기술을 전수하는 등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사전 점검을 한 뒤 블록 이동작업을 하던 중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해 고용노동부, 경찰 등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 대한 보상 문제는 주체 등이 명확하지 않아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올해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5명이다. 앞서 한화오션에서 2명, 삼성중공업·HSG성동조선에서 각각 1명이 숨졌다. 숨진 근로자는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선박건조·수리업의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산재사망자 수)은 3.68%로, 제조업 평균(1.27%)의 3배에 달한다. 이는 건설업(2.16%)보다도 높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종에서 용접이나 높은 곳에서 하는 고소작업 등 위험한 작업이 많은데다 작업물이 무겁고, 생산작업에 투입되는 근로자 수가 많아 타 직종에 비해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박현철 울산대 연구교수(산업대학원)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높다보니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한 번 사고가 나면 크게 난다”며 “다른 산업보다 더 꼼꼼하고 정확하게 시스템을 통해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경영자부터 관리감독자·현장작업자·안전팀 등 모든 계층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 후 ‘원청 업체에 책임을 묻자’는 논의 끝에 2021년 만들어졌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