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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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불안하다… 도 넘는 트럼프 ‘안보 장사’

백악관 前비서실장 “트럼프, 한국·일본에 미군 주둔 반대”
트럼프 “나토, 방위비 충분히 안 내면 러시아 공격 권유”
산업부 “트럼프 집권시 대미 수출 174억달러 감소 전망”

한반도가 불안하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보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도 비용을 제대로 안 내면 미국은 돕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데 더해 ‘동맹에 대한 적대국의 무력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던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 한마디 한마디에 불안한 한반도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의 안보 약속을 폄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는 한국, 일본과의 상호 방위 조약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켈리 전 실장은 다음 달 12일 출간 예정인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The Returnof Great Powers)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전 실장은 “요점은 그(트럼프)가 나토에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라면서 또한 “그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전했다.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 지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켈리 전 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괜찮은 사람’(okay guy)으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트럼프)에게는 마치 우리가 이들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나토가 없었다면 푸틴이 이런 일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코너로 몰아넣은 것도 미국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나토는 진짜 위험에 처할 것”이라면서 “그(트럼프)는 (나토를) 탈퇴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모두 일한 한 전직 고위 당국자도 이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이기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2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장미의 월요일' 퍼레이드 가운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형이 우크라이나 병사의 등에 창을 박고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세에서 방위비를 충분히 내지 않는 나토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아도 돕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러시아에 이들 동맹국을 공격하라고 권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나토 동맹국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트럼프 귀환? 비상 걸린 韓수출·산업계

 

미국 대선이 우리나라 무역·통상 환경의 변수로 급부상하며 정부와 산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온 바이든 대통령 보다도 더 강경한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미국 대선을 예의 주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대응책 마련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가 지난 7일 안덕근 장관 주재로 개최한 ‘제1차 산업투자전략회의’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해 10%의 보편적 기본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이 공유됐다. 이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174억달러가량 감소, GDP가 0.308%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스1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한국 자동차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차량의 현지 생산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현지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이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미를 겨냥한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 전선에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아의 경우엔 북미 시장 수출 비중이 60% 이상인 멕시코 공장도 두고 있어 멕시코에 무역 관세가 추가되면 이 또한 부담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등도 대폭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탄소 감축에 합의한 파리 기후협정을 재탈퇴하고 미국 내 석유 등 화석연료 생산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전기차 확대 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 72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한 한국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