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내가 내 아들을 못 지켜”… 멀쩡하던 아들 ‘군입대’ 후 우울증, 부모 인권위 진정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입대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스무 살 청년이 두 번의 극단적 시도를 한 후 두 달 넘게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JTBC 측은 지난해 9월 아들이 자대배치를 받은 이후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입대 전과 달라진 모습에 속상하다는 부모의 사연을 보도했다.

 

원 일병의 아버지에 따르면 삼 남매 중 막내였던 아들은 평소 활달했던 성격으로 대학교 첫 학기를 마치고 자원입대를 했다.

 

자대 배치 이후 원 일병은 지난해 10월 15일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말투가 예의가 없어 혼났다”라며 털어놓았고, 이후 31일 “모두가 나 때문에 피해를 본다”며 “우울증 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들은 원 일병의 부모는 11월 1일 직접 부대에 찾아가 면담 했다.

 

심상치 않은 아들의 상태에 ‘휴가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은 휴가를 허가하지 않았다. 대신 11월 3일 원 일병을 병역 심사대로 보냈다. 병역 심사대는 지휘관이 군 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병들을 심사해 병적을 변경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원 일병 부모 측은 아들이 병역심사대로 간 뒤, 독방에서 사람들과의 만남 없이 보낸 2주의 시간이 아들에게 독이 됐다고 생각했고 치료가 급하다고 판단했다.

 

11월 20일 원 일병은 자대로 복귀했고 중대장과 부모는 다시 면담을 진행했다. 하루 뒤 부모는 부대로부터 ‘통제가 안 되니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당시 중대장 또한 원 일병의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병원을 빨리 알아봐서 입원이 된다고 하면 내일이라도 오셔서 빨리 데리고 가서 병원에 가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민간병원에 입원한 원 일병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는 “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선택을 고민하고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의료진에게 말했다. 이후 상태가 더 심각해진 원 일병은 12월 7일 극단적 시도를 했다가 실패하자, 일주일 뒤 14일 재시도한 극단적 시도에서 뇌 손상을 입어 두 달째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원 일병의 아버지는 인터뷰를 통해 “갈 때마다 깨어날라나 깨어날라나…몸은 점점 말라가고...제가 제 아들을 못 지켰어요”라며 착잡한 심경을 보였다.

 

끝으로 JTBC 보도에 따르면 육군 측은 “부대에서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다”며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사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 모 일병의 부모는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상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혜지 온라인 뉴스 기자 hyehye0925@seq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