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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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앙챔피언쉽은 장소 불변인데 제주삼다수 골프대회는 수도권 이전 추진 논란

제주개발공사 “삼다수 수도권 홍보 위해 변경 검토”
제주 홍보·경제 파급효과 상실 우려

제주삼다수 골프대회 장소를 제주도에서 수도권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올해 제11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한국여자프로골프대회(KLPGA)를 수도권 소재 골프장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3년 8월 2일 제주블랙스톤 골프장에서 열린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박인비 선수와 골프 꿈나무들이 꿈나무레슨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주개발공사 제공

제주개발공사는 대회 주관 부서가 경영기획본부 사회공헌팀에서 영업본부로 개편되면서 삼다수 마케팅을 위해 수도권으로 개최지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삼다수가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골프대회 장소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제주삼다수 골프대회는 삼다수 브랜드를 세계 생수 시장에 홍보하고 스포츠 관광 수요를 창출한다는 취지에서 2014년 첫 대회를 제주 오라CC에서 연 이후 지난해 10회 대회까지 제주 소재 골프장에서 개최해왔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대회가 열릴 경우 지역 홍보와 제주 지하수에 대한 청정 이미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제10회 제주삼다수 골프대회 개최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144억2000만원으로, 2022년 대회보다 13.3% 증가했다.

 

유명 선수들의 골프 경기를 보려는 갤러리도 약 9700명이 몰려 역대 최다였다.

 

제주삼다수마스터스는 에비앙챔피언쉽을 벤치마킹했다. 이 대회는 프랑스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매년 9월에 열리는 여자 메이저 골프 대회이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이자 5개의 메이저 대회 중 하나다. 프랑스 동부 알프스 산자락에 있는 작은 도시로 세계적인 프랑스 럭셔리 생수 브랜드로 인해 에비앙이란 도시는 물과 관련된 관광 상품으로 유명해졌다.

 

이 도시에서 해마다 전 세계 골프팬의 눈을 사로잡는 골프축제가 열린다. 

 

에비앙은 인구 9000명의 작은 휴양도시이지만 매년 골프대회 기간에 외국인 관광객 수만명이 몰린다.골프대회가 열린 후 대회 규모가 커지면서 해마다 15%정도씩 관광수익이 증가한다. 1994년부터 대회가 시작돼 장소를 옮긴 적이 없다. 에비앙 챔피언십이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단순한 골프대회를 넘어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로 만든 덕분이다.

 

에비앙챔피언십은 에비앙 생수로 유명한 식음료 기업 다논그루에서 개최하는 대회다. 기업이 홍보를 목적으로 골프대회를 열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기여와 노력이라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존재한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주삼다수 브랜드의 마케팅 관점에서 수도권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이달 말까지 국내와 제주도 중 개최지를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지역 스포츠산업 육성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삼다수마스터스 뿐만아니라 골프 꿈나무 육성이나 체조단 운영 등 지역 스포츠 인재 육성을 지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제주개발공사 지도·감독 부서인 제주도 기후환경국 강애숙 국장은 “도민 정서상 수도권 대회 개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있다”며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제주개발공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