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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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 ‘실험’… 기업 키우는 ‘새빛펀드’ 목표치 3배 초과 [밀착취재]

“국내 창업·벤처기업은 미국 기업보다 투자받을 기회가 적습니다. 수원시는 창업기업이 투자받아 성장하는 선순환을 위해 ‘수원기업새빛펀드’를 마련했습니다.”

 

지난달 ‘세계가전제품박람회(CES) 2024’ 출장길에 오른 이재준 경기 수원시장은 기업들의 70억원 넘는 계약을 도왔다. 이곳에서 이 시장은 기업에는 투자만이 생명줄이라는 현실을 체감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지난해 11월 열린 ‘수원기업새빛펀드 비전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이 시장은 지난해 1월 수원시 최초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넘는 창업기업)과 300곳 창업기업 육성을 목표로 1000억원대 새빛펀드 조성안을 내놓은 바 있다. 창업기업이 투자받아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이 펀드는 이달 초 목표액의 3배 넘는 3058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13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공개된 새빛펀드의 ‘실험’이 안팎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새빛펀드는 우수한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창업·벤처·중소기업이 성장하도록 투자하는 펀드다.

 

기업이 펀드조합을 선택해 운용사와 상담을 한 뒤 기업홍보(IR) 자료를 제출하면 운용사가 투자심사를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시는 이를 마중물 삼아 초기 창업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완결형 투자생태계’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펀드는 소재·부품·장비의 이른바 ‘소부장’과 바이오, 4차산업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투자된다. 개별 벤처기업을 위주로 투자하는 엔젤 펀드의 개념을 확장한 셈이다. 

지난해 10월 ‘제1회 수원시 기업인의 날’에 참석한 기업인들. 수원시 제공

인공지능 등 4차산업 분야를 맡은 아주IB투자(1000억원), 소부장 분야의 코오롱인베스트먼트(730억원), 초기 창업 투자를 맡은 라구나인베스트먼트(500억원) 등 5개 운용사는 이미 상당액의 투자금을 모았다.

 

시는 운용사와 투자협약을 맺어 펀드의 틀을 갖춰놓은 뒤 전문가들이 투자기업을 발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사업성을 따져 어느 기업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운용사와 투자기업의 몫이다.

 

출자금의 2배 이상은 반드시 수원 기업에 투자하도록 약정해 관내 기업에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 시는 2100여명의 고용 창출과 4470여억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수원시 기업정책 태스크포스(TF)의 하정근 팀장은 “조만간 첫 투자 대상 기업이 발표된다”며 “시 입장에선 큰 틀의 운동장을 만든 뒤 기업이 성장해 일자리가 늘고 지역경제에 돈이 돌며 세수가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1회 수원시 기업인의 날’에 이재준 시장(왼쪽 네 번째)이 중소 기업인 대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앞서 이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첫째도 둘째도 경제”라며 30개 기업유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기업유치와 투자는 질적인 측면이 중요하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을 도우려 한다. 선순환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도주식회사는 이달 28일까지 ‘2024년 중소기업 마케팅 지원사업’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한다. 이번 사업은 온·오프라인 마케팅 지원사업 부문에서 680개 업체를 모집하고, 온라인 입점 판매 관리에서 250개사를 모집한다. 또 기업당 최대 1500만원의 방송 송출료를 지원해 30개 업체의 홈쇼핑 진출을 돕는 사업도 추진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