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이번 유죄 판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대표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의 판시에는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과 연루된 또 다른 주요 인물인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끈다.
먼저 재판부는 김 전 대표와 이 대표, 정 전 실장 간의 관계를 '특수 관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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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2005년경 시민운동을 함께 하면서 친분을 쌓은 이재명의 여러 차례 선거를 지원하면서 성남시장 이재명과 최측근인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며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도 피고인과 이재명, 정진상의 특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남시 도시계획과 공무원은 2014년 11월경 한 술자리에서 정진상으로부터 '피고인이 백현동 개발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봐 달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그 무렵 피고인으로부터도 '2층에서도 잘해보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언급했다.
성남시 공무원들은 성남시장실과 정책실장실이 성남시청 2층에 있었기 때문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2층'으로 칭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2층'과 긴밀한 관계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 전 실장이 전화로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개발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 줘라. 긍정적으로 검토해 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성남시 관계자의 증언도 알선수재 혐의 유죄의 증거로 꼽았다.
재판부는 또 다른 성남시 관계자가 "정진상으로부터 '이번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는 빼고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증언도 도개공 사업 배제에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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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1월말께 정 전 실장에게 "도개공까지 들어오는 것은 심한 것 같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정 전 실장과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을 거쳐 도개공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채 백현동 부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이 결정·고시됐단 것이다.
특히 1심 법원은 로비스트였던 김 전 대표와 개발업자였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동업관계가 아니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정바울 사이에 실질적인 동업관계를 인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백현동) 사업에서 맡았던 역할은 오로지 성남시 공무원에 대한 알선·청탁이었으므로, 그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면 거액을 지급받을 다른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관해 여러 차례 적극적인 알선을 했고, 그 대가로 7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수수해 그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의 양형 이유에서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이라고 언급했지만 앞서 살펴본 판시에 기초하면 이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을 일컬어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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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재판부가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유죄 심증을 남기면서 현재 진행 중인 두 사람의 재판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정 전 실장과 공모해 김 전 대표의 청탁에 따라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성남시에 2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검찰은 당시 성남시가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지역 4단계 상향, 용적률 상승 및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불법적 옹벽설치 승인, 기부채납 대상 변경 등 다수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파악했다.
이 대표 등의 이런 혐의는 현재 같은 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에 배당됐고,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에 병합돼 함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다만 각 재판부의 판단은 독립적으로 이뤄지기에 김 전 대표 재판부의 판단과 이 대표 재판부의 판단이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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