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약 26개월 만에 5만달러선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금융당국에서 승인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업계는 현물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을 점차 사들이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13일 가상자산 분석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6시쯤 5만358달러를 찍었다. 비트코인이 5만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1년 12월 말 이후 처음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오전 10시30분 기준 6765만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번 비트코인 가격 상승이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이후 자금 유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직후 일시적으로 4만9000달러선을 넘어섰지만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23일 3만800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소식에 큰손 투자자들의 대규모 차익 시현 물량이 나왔고,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ETF 상품(GBTC)에서 비싼 수수료 등을 이유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것도 악재가 됐다.
그러던 비트코인은 이달 초부터 비트코인 매도세가 줄어들며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5일부터 이날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8일간 18% 상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현물 ETF로 지금까지 약 80억달러(10조6200억원)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한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수요예측을 하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 현물을 미리 사두는데, GBTC 매물이 나왔던 것이 해소가 됐고 단계적인 하락세가 종료되면서 비트코인을 다시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반감기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컴퓨터로 암호를 풀어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약 4년마다 절반씩 줄어들도록 설계됐는데, 그 기간을 반감기라 부른다. 앞서 세 차례 반감기 때 모두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져 비트코인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리스 뉴하우스 컴버랜드랩스 분석가는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욕구가 디지털 자산으로도 흘러들어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