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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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살 집 없어 자녀 잠시 시설 맡겼는데 신청 불가… 공공임대주택 한부모가정 지원 ‘허점’

임시 위탁 땐 임대주택 1순위 배제
“정책 빈틈… 원가족 복귀 막아”지적
한부모 31% “주택·주거비 지원 몰라”
“현실 고려 촘촘한 실태 파악 필요”

서울에 사는 미혼모 A(26)씨는 갓 태어난 딸아이를 위탁가정에 맡겼다. 아이와 함께 지내고 싶었지만 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딸을 보내며 빚만 갚으면 다시 함께 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친구와 원룸에서 살며 알뜰살뜰 아끼고 벌어도 전세보증금 마련은 어려웠다. 어느새 4살이 된 딸이 그리워도 안정적인 주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곁으로 데려올 수 없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던 중 A씨는 ‘한부모가족’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때 1순위 신청자격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 한부모가족은 홀로 아이를 키우는 부 또는 모를 뜻한다. 수도권의 경우 최대 1억45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받고 보증금은 단 5%만 내면 된다. 그러나 A씨와 딸이 함께 살고 있지 않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자녀를 위탁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부모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13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A씨의 사례처럼 현행 법령상 한부모가 자녀를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 맡긴 경우, 한부모가족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부모가족의 실상을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정책의 빈틈이 보호대상아동의 원가족 복귀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부모 지원 정책이 있음에도 이를 잘 모르고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와 결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실태조사를 보면 정부의 한부모 주거지원정책에 대해 한부모 응답자 3300명 중 34.3%가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의 존재조차 몰랐다. 또 응답자의 16.1%가 공공임대·공공분양 등 주택 지원을, 15.1%가 주거비 지원을 알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봐도 2022년 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간 보호대상아동 2289명 가운데 139명이 부모의 빈곤이나 실직으로 결별을 경험했다.

 

제도를 알아도 잠시나마 자녀와 함께 머무를 거주지를 마련하지 못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A씨의 경우에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임시로 자녀와 살 수 있는 긴급주택을 제공해주면서 가까스로 자격을 갖추게 됐다. 합가 3개월이 돼서야 A씨는 공공임대주택을 신청해 지난 1월 딸과 지낼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돈이 없어 자녀를 위탁한 상황에서 A씨처럼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자녀와 함께 살지 않아도 양육비 지급 증빙 등을 통해 실질적 양육 의지를 입증한다면 지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이 아닌 24시간 보육시설을 이용하면 아이와 주소지가 달라도 지원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보육원이나 위탁가정에 가면 아동이 수급자가 돼서 별도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24시간 보육시설이라고 하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야 하는 건 다른 보육시설과 마찬가지라며, 고시원이나 사업장에 달린 숙소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부모가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촘촘한 한부모가족 지원을 위해선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한부모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여가부가 3년 주기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자녀를 위탁하고 있는 이들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지적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