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겨냥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 한층 매서워졌다. 이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여온 한 위원장은 설 연휴 직후인 13일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4·10 총선까지 불과 57일밖에 남지 않으면서 대야(對野) 발언의 수위를 높여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의 상당 부분을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비난에 할애했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공금 유용 의혹과 응급헬기 탑승 논란 등을 거론하며 이 대표에게 거듭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을 대신해 몇 가지 질문하겠다”며 이 대표가 과거 ‘법카’로 1000만원 상당의 과일을 사 먹은 것이 사실인지, 명절 제사상도 공금 법카로 처리한 의혹이 있었는데 사실인지, 응급헬기 이용이 이 대표 본인 결정인지 등을 잇달아 물었다.
‘형수 욕설 논란’도 다시 끄집어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지난 8일 방송에서 자신을 향해 비속어를 쓴 것을 사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주당은) 모든 것이 이 대표가 기준이 되다 보니 이 대표가 과거 가족에게 했던 욕설 수준보다 낮은 것들은 사과할 수도 비판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독립운동가에 비유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그분들(독립운동가)이 돈봉투 돌리고, 재벌한테 뒷돈 받고, 룸살롱 가서 여성 동료에게 쌍욕 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운동권 특권세력이 과연 우리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있게 헌신한 독립운동가들과 이미지가 같나. 반대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신당 창당을 선언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민주당에서조차 출마할 수 없는 조 전 장관이 뒷문으로 우회해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는 제도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또 “사전투표에서 사전투표관리관이 법에 정해진 대로 진짜 날인을 해야 한다. 당연한 말인데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규정과는 다르지만 (직인 인쇄가) 가능하다는 판례가 있어 그걸 근거로 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과거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나 말실수가 나오고 이를 상대 진영이 증폭하는 과정에서 국민께서 실망하시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우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국민께서 평가하고 계신다는 점을 항상 유념하면서 더욱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