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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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징역 5년… “정진상에 청탁 역할”

법원 ‘백현동 특혜’ 의혹 첫 선고

재판부 “정치인·공무원 친분 이용
각종 인허가 여러차례 적극 알선”
청탁 대가로 77억 수수 등 혐의
추징금 63억5700만원… 법정 구속

정 前실장 연루 정황 상당부분 인정
‘배임 혐의’ 이재명 재판 영향 촉각

정진상 “청탁 받은 사실 없다” 반박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백현동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관련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연루 정황이 상당부분 인정돼 주목된다.

법정에 출석한 김인섭 ‘백현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 관련 핵심 로비스트로 지목된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13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5년과 약 63억5700만원의 추징금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사업에 관한 별다른 전문성, 노하우 없이 오로지 지방 정치인 및 성남시 공무원과의 친분만을 이용해 각종 인허가 사항에 여러 차례 적극적인 알선을 했다”고 지적했다.

백현동 사건은 2014년 4월~2018년 3월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성남시가 김씨 청탁에 따라 민간업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 단독사업권을 줘 공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다. 김씨는 청탁 대가로 정 회장으로부터 77억원을 수수하고, 공사장 식당(함바식당) 사업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정 회장의 요청을 받은 김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지역 상향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등을 청탁한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는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당사자의 의사를 공무원 측에 전달하는 행위·부탁을 통해 당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이뤄지도록 돕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면서 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77억원은) 알선·청탁의 대가가 아닌 정바울과 동업관계에 따른 지분 정산”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시공사 선정이나 설계업체 선정 등 진행 과정에도 관여한 바 없다”며 “(정진상 등에 대한) 대관작업 외에 어떤 구체적인 역할을 맡았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한 ‘타인의 사무를 알선하는 경우’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뉴시스

이날 선고는 백현동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서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해 10월 배임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가 자신의 성남시장 선거를 도운 김씨에게 보답하고자 그의 청탁에 따라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해줬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재판부도 이날 “피고인은 이재명의 여러 차례 선거를 지원하면서 이재명과 그의 최측근인 정진상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얻게 됐다”면서 김씨와 이 대표, 정 전 실장에 대한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김씨의 청탁으로 백현동 개발사업의 용도변경 및 주거 비율 확대 등이 이뤄졌는지, 성남시의 그런 결정이 위법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알선·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이상 실제로 어떤 구체적인 알선행위를 했는지, 그런 알선·청탁이 실현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 “김씨로부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청탁을 제3자에게 전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