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소비 시장 전반이 침체이지만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이기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 여행을 못 갔던 것에 대한 ‘보복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번 연휴 기간에 2020년 코로나 팬데믹(범유행전염병) 이후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렸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 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8개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간 여행객 수는 124만7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인천국제공항 하루 평균 이용객은 19만538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설 연휴 하루 평균 여객(12만7537명) 대비 53.2% 증가했다.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날은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로 20만1953명의 여객이 공항을 찾았다. 하루 20만명은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 인천공항의 일평균 여객 수(19만4986명)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연휴 가장 많이 떠난 해외여행지는 이변 없이 일본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이찬희(38·서울 강북구)씨는 “설 연휴에 일본 히로시마(廣島)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며 “연휴가 길지 않아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지금까지 안 가본 도시를 골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제주도에 사시는데 주기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명절은 가족들이 각자 자유롭게 보내는 편”이라면서 “일본에서 문화, 음식을 체험하면서 업무에 새로운 영감도 받으려고 한다”고 출국장을 나섰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보다 3배 많았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방일 외국인 관광객 중 1위를 기록한 한국인은 696만명으로 전체의 27.8%를 차지했다.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232만명으로 방일 한국인 관광객 3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해외여행 제한의 ‘보복 심리’일까? 앤데믹(풍토병화) 시대로 접어든 지금 일본과 동남아를 시작으로 짧은 연휴라도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기록한 165억6500만달러 이후 최대다. 그만큼 지난해 한국인의 해외여행이 폭발했다.
설이나 추석 명절에 귀향 대신 해외여행을 택하는 국민이 점점 늘고 있다. 가족이 모여 차례 지내고 세배하며 떡국 먹는 설이나 송편 빚고 토란국 뜨던 추석도 이제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올가을 추석 연휴는 토·일요일을 합쳐 9월14∼18일 닷새다. 9월19, 20일 휴가를 내는 방법 등으로 쉬게 되면 9월14∼20일, 아흐레 동안 장기 연휴를 보낼 수도 있다. 이 기간 인천국제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명절 연휴 발길은 해외로 향하더라도 마음은 가족과 고향의 따뜻함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