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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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이유 있네…연애경험 ‘전무’한 미혼남녀 57%↑ 일본보다 많아

연애경험 없는 ‘모태솔로’ 37% 달해, 일본 34% 보다 많아
밸런타인데이를 하루 앞둔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초콜릿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월 14일은 연인들의 날로 불리는 밸런타인데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초콜릿을 상대에게 건네는 모습이 크게 줄어 관련 업계의 근심이 깊다.

 

수년전까지만해도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을 구매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하지만 연애경험조차 없는 이들이 늘면서 초콜릿 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같은 모습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일본 여성들은 연인에게 줄 초콜릿 외에도 애인이 없는 동료나 친구를 위해 이른바 ‘의리 초콜릿’을 주곤 했는데, 최근에는 ‘나 자신을 위해 초콜렛을 산다’는 이들이 늘었다고 전해진다.

 

줄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준비에 신경 쓰이는 일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20~30대 미혼남녀 57.3%가 연애 경험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애 경험이 없는 이들은 경제적 원인을 이유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딱히 이유가 없거나 모르겠다'는 응답도 큰 비율을 차지했다.

 

앞선 12일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전국 미혼남녀 20~59세 1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75.8%는 연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애중인 이들은 단 24.2%에 그쳤다.

 

발랜타인데이 등 기념일 챙기기를 좋아하는 2030세대 절반 이상이 연애를 하지 않으니 초콜릿이 과거처럼 팔리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과거부터 이날을 챙겨온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이 남편이나 자녀를 위해 준비하는 정도로 기념일이란 의미가 희석됐다.

 

더 큰 문제는 단순 초콜릿이 팔리지 않는 게 아닌 청년세대의 연애 횟수였다.

 

이 질문에 '1~2회'라고 답한 비율이 36.9%로 가장 많았다. 반면 통상적 수준인 '3~4회'는 19%에 머물렀고 단 한 번도 연애하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25.5%에 달했다.

 

이들이 연애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원인'이 17.2%를 차지했다. 이어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가 10%로 3위를 기록했다. '귀찮아서' '관심이 없어서'는 각각 9.5%, 9%라는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가운데 '딱히 이유가 없거나 이유를 모르겠다'는 항목도 15.8%라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초혼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저출산이 빠르게 진행되는 게 설명되는 대목이다. 결혼은커녕 연애조차하지 않는 이들이 늘다 보니 혼인율 감소, 저출산 등 도미노처럼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사정은 일본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일본 결혼정보업체 연구기관 리크루트브라이덜총연이 20~49세 미혼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제까지 한 번도 교제 경험이 없었다는 이들의 비율은 34.1%로 조사가 시작된 201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대 남성 가운데 교제 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46%에 달하며 2022년 대비 11.8% 늘었다. 30대 남성 중에서는 41.2%가, 40대 남성 중에서는 22.9%가 연애 경험이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가운데 다문화 혼인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적령기 남성 다수가 국제결혼에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는데, 과거 장가 못 간 노총각이 동남아시아 여성과 결혼했다면 최근에는 30대 젊은 남성들도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전날인 13일 결혼정보업체 조사에 따르면 결혼 의향이 있는 2539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국제결혼’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60%가 ‘긍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한국 여성과의 만남이 어렵다 보니 국제결혼을 고민하는 거로 보인다.

 

특히 한국 남성은 결혼시 집을 장만해야 한다 등의 경제적 압박이 큰데, 최근 남성의 연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득 수준을 묻는 질문이 온라인상에 올라 뜨거운 논란을 불렀다.

 

사연에 따르면 지인 소개로 40대 남성을 만난 A씨는 남성과 대화를 이어가던 중 가장 궁금했던 월급을 물었다. 이에 상대가 “세후 실수령으로 370만원 정도 받는다”고 답하자 A씨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고 한다. 남성의 소득이 기대한 것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A씨는 “남자가 ‘이거’(월급 370만원) 가지고 여자를 만나러 나왔다는 게 어처구니없다”며 “남자 (소득의) 중하위는 되나. 만남을 더 이어갈 뜻이 없었다”고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후 실수령액이 370만원인 경우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5300만원이다.

 

2021년 기준 직장인(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33만원으로, 소개 받은 남성의 경우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렸지만 맞선도 아닌 소개팅에서조차 ‘불쾌한 대상’이 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 남성들의 ‘초식화’는 오래된 사회문제다. 초식화란 일본의 젊은 남성이 연애나 성에 소극적인 성향의 남성을 가리킨다.

 

이런 경향의 원인으로는 △젊은 남성의 경제적 빈곤 확대 △연애에 대한 태도 변화 △소셜미디어와 게임 동영상 등 혼자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발달 △만남의 기회 감소 △가장이라는 무게에 부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