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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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무라드 선택은 우리카드 견제보다 링컨의 공격력이 예전같지 않아서가 먼저였다

대한항공이 외국인 선수로 무라드 칸(파키스탄)을 선택한 것은 우리카드 견제 이전에 링컨 윌리엄스(호주)의 몸상태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외국인 선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였다. 링컨의 허리 부상으로 인한 진단서를 KOVO에 제출한 지 60일이 되는 날짜가 지난 12일이었다.

 

링컨과 무라드 모두 일장일단이 있는 선수들이다. 링컨은 신장은 2m로 2m5인 무라드에 비해 작지만, 아포짓 스파이커에게 더 유리한 왼손잡이라는 점과 지난 두 시즌간 대한항공과 함께 우승을 함께 한 경험이 있다. 링컨의 몸상태가 한창 좋을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면 대한항공은 링컨을 선택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허리 부상을 회복한 뒤 대한항공 팀 훈련에서 보여준 링컨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대한항공의 한 코치는 “링컨이 한창 좋을 때를 100으로 놓고 본다면 50~60% 정도 수준이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팀 공격에 기여하는 게 더 큰 선수가 링컨이 아닌 무라드라는 평가가 나와서 무라드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OK금융그룹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무라드 선택 배경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분명히 했다. 무라드의 선택은 최근 발목인대 파열로 시즌아웃당한 우리카드의 마테이를 감안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대한항공이 링컨을 택했다면 무라드는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군에 다시 들어가 우리카드와 계약을 맺을 수 있지만, 무라드를 택하게 되면서 올 시즌 시작을 함께 한 링컨은 대체 외국인 선수 후보군에 들어갈 수 없다. KOVO의 외국인선수관리 규칙에 의한 규정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다른 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로지 현재 우리 팀에 대한 생각만 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링컨과 함께 한 세월과 경험이 있다. 링컨을 통해 이긴 경기도 많았다. 대한항공이란 팀도 링컨과 함께, 그리고 링컨을 통해 성장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링컨에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링컨이 아닌 무라드를 선택하게 된 것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링컨의 공격력 때문이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링컨의 공격이 이전과 같지 않았다”라면서 “링컨이 아닌 무라드를 선택하는 결정을 내린 직후에 곧바로 링컨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이래서 너와는 함께 할 수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이 결정에 대해 링컨도 존중해줬다. 앞으로도 링컨과 함께 대한항공에서 뛸 순 없지만, 항상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우리카드(승점 55, 19승9패)와 대한항공(승점 53, 17승11패)은 승점 2 차로, OK금융그룹을 상대로 승점 3을 챙기면 다시 선두를 탈환할 수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의 동기부여 중 가장 큰 부분은 사상 초유의 통합 4연패 달성이다. 다만 내가 유일하게 바라는 것은 눈앞의 경기를 완벽하게 치르는 것, 이것 뿐이다. 그것만 해낸다면 다양한 기록은 따라오게 된다. 선수들에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다. 오늘도 좋은 경기를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