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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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절도 알바 또 뽑으라고?”…쿠팡, 블랙리스트 의혹에 법적조치 방침

“근로자 내부자료 작성해와” 보도
쿠팡 “명백히 사실과 달라” 반박
쿠팡대책위 대표 권영국 변호사가 14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열린 ‘쿠팡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법적 대응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이른바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명단을 작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는 회사의 고유권한이자 안전한 사업장 운영을 위한 당연한 책무”라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쿠팡의 반박 이후 “무단결근이나 성희롱 등으로 의심되는 현장을 자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15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사업장 내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회사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한 언론사가 “쿠팡이 블랙리스트로 추정되는 ‘PNG 리스트’ 엑셀 문서 파일 내부 자료를 작성해 왔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박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쿠팡이 작성한 자료에는 과거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인물들의 정보와 함께 채용을 꺼리는 사유가 적혀있다. 대표적인 사유로는 ‘정상적인 업무수행 불가능’, ‘건강 문제’, ‘직장 내 성희롱’, ‘반복적인 무단결근’ 등이다. 전 아르바이트생들은 방송에서 “화장실만 다녀왔는데 불이익을 받았다” “폭언과 욕설을 한 적이 없다” “명단에 오른 뒤 알바 채용이 안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지난 수년간 민주노총과 일부 언론은 타사의 인사평가 자료 작성이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사법당국은 근로기준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매년 수십만명의 청년, 주부, 중장년분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막는다면 그 피해는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직원분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그간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물류업계에 취업을 제한하는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고발에 나선 바 있다. 대상 기업들은 모두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21년 노동문제연구소는 “컬리가 일용직 근로자들의 성명,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담은 문건을 작성해 협력업체에 전달하고,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사람은 일감을 주지 않았다”고 컬리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고 검찰에 송치됐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트를 작성하지 말라는 것은 물류센터 안전·위생·품질·방역관리를 하지 말란 이야기 아닌가 싶다”고 했다. 문제 사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정상적인 인사제도이지, 문제가 없는 일반인을 명단에 올려 불이익을 주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란 입장이었다.

연합뉴스

 

쿠팡 측은 해당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를 포함한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해당 언론사는 출처 불명의 문서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인터뷰, 민노총 관계자의 악의적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해 CFS와 CFS 임직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CFS의 인사평가 자료는 해당 보도에서 제시된 출처 불명의 문서와 일치하지 않으며, 어떠한 비밀 기호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온라인 등에선 근무환경을 저해하는 문제를 일으켰던 인원은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쿠팡에서 근무했다는 누리꾼들은 “물류센터에 가면 근무한다고 해놓고 무단결근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에게도 관대하라는 것인가” “회사가 거르고 싶은 사람 걸러내는 건데 이왕이면 일 잘하는 사람 채용은 모든 회사가 똑같다” 등의 의견을 냈다. 알바생으로 일했었다는 다른 누리꾼은 “10명 중 1명은 최소 무단결근이 비일비재하고, 잠깐 쉰다고 해놓고 화장실에 계속 머물거나 시비와 폭행, 여사원 성희롱이 많다”고 주장했다. 현재 쿠팡 일용직으로 일한다는 50대 주부는 “코로나 시국부터 아무도 안 써주는 40~50대 일용직 사원이라도 뽑아줘 생계를 유지시켜줬다. 그만큼 일용직을 많이 뽑으니 걸러야 하는 사람도 생긴 것”이라고 했다.

 

쿠팡의 고용인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9057여명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기직 아르바이트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한해 일용직으로 일하는 인원만 수십만명으로 추정된다. 청년이나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가 일을 하고 있다. 한 전직 물류센터 알바생은 “알바 진입 허들이 워낙 낮다 보니 직장 생활을 하지 못할 사람들이 근무 분위기를 흐린 기억이 있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날 공공운수노조 물류센터지부 쿠팡지회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CFS에서 일했던 노동자 등 1만6450명의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담긴 엑셀 파일을 일부 공개했다. 쿠팡대책위는 이 명단이 “취업(채용)에서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해당 명단이 실제 채용 제한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됐다면 근로기준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 위반이라는 게 쿠팡대책위 측 주장이다. 쿠팡대책위는 고용노동부에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한편 명단에 기재된 당사자들을 모아 집단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