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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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졸업식 가려 밤낮 근무하던 아빠, 교통사고 부상자 돕다 참변

고속도로 전도 차량 도와주다 2차 사고
유족 “휴가 내려 9일 연속 일하다 숨져”
지난달 31일 경부고속도로 천안분기점 인근에서 사고 차량을 돕다 숨진 곽모씨.

 

고속도로에서 사고 운전자를 돕다 숨진 40대 남성이 딸의 졸업식에 참석하려 연장근무를 하고 돌아가던 길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5일 경찰과 JTBC 등에 따르면 통신 설비 기사로 일하며 1.5톤 화물차를 몰던 40대 곽모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1시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천안 분기점 부근에서 4.5톤 화물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도되는 사고를 목격했다.

 

전도 차량 운전자는 다행히 의식이 있었으나, 차 안에 있던 짐과 자재 파편 등 때문에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곽씨는 사고 운전자를 차 밖으로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1시1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천안 분기점 부근에서 주행 중이던 16.5t 화물차가 4.5t 화물차와 부딪혔다. 충남소방본부 제공

 

이 사이 도로를 달리던 또 다른 16.5톤 화물차가 현장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져 있던 사고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곽씨와 4.5톤 화물차 운전자 모두 숨졌다. 16.5톤 화물차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 아내는 JTBC를 통해 “딸 초등학교 졸업식 날 같이 가자고 해서 (남편이) 그 주에 집에 못 오고 연장근무를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곽씨는 딸 졸업식 날 휴가를 내기 위해 쉬는 날 없이 9일째 일한 뒤 돌아가던 길, 피곤한 와중에도 사고 운전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곽씨 아내는 상황이 원망스럽지만 그게 원래 남편 모습이라며 “100번도 더 생각해 봤지만 그 자리, 그 시간, 그 장소에 또 지나쳤어도 그 사람은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걸 나는 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곽씨가 사고 처리를 도와주려 도로에 나와 있다가 2차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