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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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65년 만에 한·쿠바 수교, 北 고립 자초 행태 돌아봐야

경제·관광 분야 협력 활성화 기대
“대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 평가
北 15일에도 ‘NLL 무력화’ 도발 경고

한국이 공산국가이면서 북한의 형제국인 쿠바와 수교했다. 양국은 그제 미국 뉴욕에서 양국 유엔 대표부가 외교 공한(공식 서한)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65년 만에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제 유엔 회원국 중 한국의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우리의 외교지평을 넓혔다는 점 외에 북한의 오랜 친구를 우리 편으로 돌려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실은 어제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국이었던 대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외교관계 수립 협상이 수개월 동안 극비리에 진행된 만큼 북한이 받았을 정치적·심리적 타격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국·쿠바 외교관계 수립은 국제사회에서 남북한 위상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사건이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사회주의혁명 이후 교류를 사실상 단절했다. 이후 1960년 북한과 수교를 맺고, 1988년 서울올림픽에도 불참하는 등 사사건건 북한편을 들었다. 이런 나라가 한국과 수교했으니 북한의 고립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양국의 외교 수립은 앞으로 경제·문화 교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간 양국은 민간 차원에서는 교류가 꽤 있었다. 양국 교역액은 2022년 기준으로 2600만달러(약 355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연간 1만4000명에 이른다. K드라마, K팝이 세계 주류 문화로 부상하면서 1만명 정도의 쿠바인이 한류 팬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수도 아바나에서 이뤄진 한글수업에는 현지인 100여명이 몰렸다고 한다. 상주공관 개설과 비자문제 등 후속조치가 이뤄지면 경제, 관광, 에너지, 기후변화 분야의 협력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북한은 한국·쿠바 수교를 자국의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쿠바는 형제국 의리보다 한국과의 경제적 협력에서 얻는 이익을 선택한 것 아닌가. 냉혹한 국제현실을 보여준 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북한은 어제도 ‘해상 국경선’ 언급을 하며 NLL(북방한계선) 무력화에 나섰다. 올 들어 순항미사일만 5차례 발사했으니 도발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하고, 해킹을 통해 가상자산을 탈취하는 등 불량국 행태도 여전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미사일 고도화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는 것만이 체제 안전과 굶주리는 인민을 살리는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