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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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면 달려오는 ‘똑버스’ 인기…경기 이천 등 “노선 확대” 목소리 [밀착취재]

대중교통 열악한 11개 시·군에서 169만명 실어 날라
경기도 올해 20개 시·군으로 확대…편의성 높일 계획
20대 운행 이천에선 “읍·면 외곽지역 노선 늘려달라”
AI 활용한 수요응답형 서비스…대중교통 보완재 부상
택시업계 “기능 중첩, 운영비 부담”…반발 목소리 거세

대중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경기도형 수요응답 버스(DRT) ‘똑버스’가 정식 운행 1년을 앞두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도시나 농어촌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에서 운행되는 똑버스는 경기 이천시를 비롯해 도내 11개 시로 확대되며, 누적 이용객이 168만명(지난해 말 기준)을 넘어섰다. 일반 버스요금에 통합환승권 이용까지 가능해 대중교통의 보완재이자 신개념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택시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택시업계가 반발해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운행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업계는 똑버스가 택시기사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천시에서 운행 중인 경기도형 수요응답 버스 ‘똑버스’에서 노인들이 하차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 대중교통 보완재 역할…택시업계 “생존권 침해”

 

15일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 이천시 등에 따르면 똑버스는 대중교통 노선이 부족한 지역에서 시민의 발 역할을 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일컫는다. 현재 11개 시에 136대가 운행되며,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이용객은 168만8000명에 이른다.

 

똑버스는 2021년 12월 파주 운정·교하지역 18.7㎢를 대상으로 1년간 시범사업을 벌인 뒤 지난해 3월 안산 대부도 등에서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이천을 포함해 수원 광교, 하남 위례·감일, 안성 동·서부, 파주 운정·교하·탄현, 평택 고덕, 고양 식사·고봉, 화성 동탄·향남, 김포 고촌·풍무, 양주 옥정 등에서 운행이 이뤄진다. 대부분 신도시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농어촌 지역으로 버스 노선이 부족한 곳이다. 

 

‘똑똑하게 이동하는 버스’라는 의미를 담은 똑버스는 정해진 노선을 달리는 기존 버스와 달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승객이 전용 스마트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예약하면 직접 찾아가 태운다. 일정한 운행 범위 안에서 이용자의 실시간 호출에 따라 승차 지점과 경로를 유동적으로 변경하는 합승 기반 서비스다.

 

이천시에 운행 중인 똑버스 내부. 이천시 제공

승객은 안내받은 시간에 맞춰 승차지점으로 이동해 버스를 타면 된다.

 

이런 똑버스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은 지난해 9월 표면화됐다. 파주시의 택시회사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천원택시’와 영역이 겹치는 똑버스 도입에 우려를 나타냈다. 

 

고양시에서 운행되는 똑버스. 경기도 제공

천원택시는 주민이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 거리와 상관 없이 1000원만 내고 나머지 요금을 시·군이 부담하는 제도다. 택시업계는 똑버스를 도입하는 건 중복투자라고 주장한다.

 

결국 비대위와 파주시는 일부 지역을 배제한 채 똑버스 운행에 합의했다. 업계는 똑버스 확대 운행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는 상태다.

 

다른 도농복합 지자체들도 초기에 똑버스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는 사업 참여 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경기 남부지역의 한 택시운송사업조합장은 “싼값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 사업이 활성화됐는데 똑버스를 확대 운영하는 건 혈세 낭비”라고 했다.

 

이천시의 똑버스 운행 출범식에서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이천시 제공

이달 14일에는 이천시법인택시기사연합회 회원 70여명이 시청을 방문해 똑버스 운행 전면 폐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시에 택시 증차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감차됐다”며 “똑버스를 증차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똑버스와 관내 불법 렌트카 운행으로 택시기사와 그 가족 1900여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성토했다.

 

◆ 시내버스 안오는 곳도 ‘척척’… 이천시 등 이용자 만족도 높아

 

똑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10일 도민 이용자 1098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온라인 조사에선 만족도가 86점에 달했다. 주변에 추천 의향을 묻자 응답자의 94.5%는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이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는 현재 시내권 12대, 장호원 5대, 율면 3대를 운영하고 있다.

 

똑버스 블로그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반응. 온라인 캡처
지역카페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반응. 온라인 캡처

지역 카페와 똑버스 블로그에는 “읍·면 외곽지역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똑버스 노선을) 늘리면 좋겠다”(yu197675), “이천시민들이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쭈니어멍), “이천역에서 집까지 가까운 거리라 택시를 타면 눈치가 보여 힘들었다. 똑버스가 있어 좋다”(그래그렇게)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김경희 시장과 주민 간 대화에선 읍·면·동 주민들이 잇달아 똑버스 운행 확대와 증차를 요구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한 확대 건의도 26건에 달했다.

 

똑버스를 도입한 다른 지자체가 하루 평균 이용자 100명을 넘기는데 6개월 가량이 소요됐지만 이천에선 지난해 12월8일 도입 이후 운행 한 달을 넘기며 시내권에서만 하루 평균 이용자 112명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선 120명을 넘겼다.

 

이천시 관계자는 “똑버스의 인기는 그동안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라며 “시내버스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단거리 택시 이용의 불편을 해소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전 12시30분까지 운행되면서 야간 이동권 확보와 농촌형 버스의 배차시간 단점까지 풀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똑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승객이 10대와 20대로 절반이 넘는다고 밝혔다. 등하교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취약지역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시의 경우 연간 똑버스 운영비용 38억원 가운데 도비 11억원을 제외한 27억원을 부담한다. 지역 택시업계에도 카드수수료 등 26억여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천시 관계자는 “시민 다수가 원하는 똑버스 운행의 중단은 불가능하다”면서 “택시업계의 고충 해소와 서비스 개선 등 상생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산시 대부도에서 운행되는 똑버스. 경기도의회 제공

한편,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는 올해 315억원(경기도 127억원, 시·군 188억원)의 예산을 세워 똑버스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20개 시·군에서 261대(운행 중 136대, 신규 125대)까지 똑버스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똑버스 호출이 노인에게 익숙지 않은 점을 들어 전화로 부를 수 있는 유선콜 배차를 확대하거나 마을회관 등에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은 “올해에는 노인들의 접근 어려움 등 불편 사항을 보완해 똑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는 서울까지도 오갈 수 있는 광역똑버스도 운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