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떴다방’ 비난 자초하는 개혁신당, 결국 결별 수순 밟나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2.19/뉴스1

제3지대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이 삐걱대며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4개 소수 정파가 뭉쳐 탄생한 개혁신당이 합당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총선 주도권을 놓고 극심한 다툼을 벌이고 있어서다. 개혁신당은 어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에서 빠져나온 이준석 대표가 공동 정책위의장과 협의해 총선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을 한다는 내용의 의결안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그러자 고성이 오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온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떠났다.

김 최고위원은 “전두환이, 나라가 어수선하니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를 만들어 다 위임해 달라며 국회를 해산한 것과 뭐가 다르냐”고 이준석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분당’ 가능성에도 여지를 남겼다. 이낙연 대표는 오늘 오전 ‘중대발표’를 예고했다. 결별 수순을 밟는 양상이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에서 “당을 더 강하게 이끌기 위해 제가 더 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라며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양측은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및 공천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배 전 부대표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의 부인으로,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 저지 시위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그래서 이낙연 대표가 이끌던 새로운미래에 합류할 때 그의 개혁신당 입당·공천을 둘러싼 이견은 예상됐다. 이준석 대표는 어제도 관훈토론에서 배 전 부대표 입당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범죄자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에 가입하겠다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거대 양당의 이전투구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에게 선택지를 주겠다고 출범한 개혁신당이 계파 갈등이라는 구태를 똑같이 답습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자신들 정체성에 대한 충분한 조율 없이 급하게 통합을 선언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양측은 향후 공천 주도권을 놓고 더욱 날카롭게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개혁신당이 성공하려면 새정치의 패러다임을 보여줘야 한다. 두 공동대표가 초심으로 돌아가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개혁신당은 과거의 ‘떴다방’처럼 공멸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 지지율은 4%에 그쳤다. 서둘러 내홍을 진화하지 않으면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