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 10곳 중 7곳 이상은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어제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500대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6.4%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4·10 총선 이후 중견·중소건설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수 있다는 ‘4월 위기설’까지 나돌아 걱정이 크다.
건설업계는 미분양과 공사자재값, 고금리 탓에 한계상황에 처한 지 오래다. 올해 들어 5곳의 지역 종합건설사가 부도를 냈고 폐업한 건설사는 565곳에 달한다. 전국 부동산 미분양도 작년 12월 말 기준 6만2489가구로 전월보다 8% 가까이 늘었다. 작년 9월 말 현재 134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 있다. 한국건설연구원은 부동산 PF에서 최악의 경우 70조원이 부실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와중에 해외 상업용 부동산발 위기까지 불거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와 대출 등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20조원에 이르며 이미 1조원 이상을 손실 처리했다. 국내 금융사 전체로는 익스포저가 55조원을 웃돈다. 주로 2∼3년 전 저금리시절 투자했던 해외부동산에 탈이 난 것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데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 여파로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한 탓이다. 미 부동산 가격의 추가하락이 이어질 경우 금융부실이 한층 커지고 부동산 펀드를 산 2만3000여명의 개인투자자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국내외 부동산발 위기는 진정되겠지만 미국의 여전한 고물가 탓에 조기금리 인하는 기대하기 어렵다. 비상한 경계심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건설사 위기와 부동산 PF 부실이 전체 금융권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연내 전국 3000곳 이상의 부동산 PF 사업장 정리와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더디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업장 재평가를 서둘러 부실 정리작업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 건설사도 살릴 수 있는 기업과 희망이 없는 기업을 정확히 가려 지원하는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와 대출을 정밀 실사해 투자 실패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융회사들도 충분한 충당금을 쌓아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설] 고조되는 국내외 부동산발 위기, 비상대응체제 가동해야
기사입력 2024-02-20 00:27:34
기사수정 2024-02-20 00:36:09
기사수정 2024-02-20 00:36:09
건설사 10곳 7곳 이자 감당 못해
5대 금융 해외부동산 1조원 손실
옥석가리기·금융전이 방지 시급
5대 금융 해외부동산 1조원 손실
옥석가리기·금융전이 방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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