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님 제일 먼저, ‘장애를 앓고 있다’가 맞을까요? ‘장애가 있다’가 맞을까요?” (국민의힘 김예지 비상대책위원)
“우리 당의 회의는 정말 바로바로 하는 것 같은데… ‘장애가 있다’가 맞지 않겠습니까?” (한 위원장)
“네, 맞습니다. 역시 정답을 잘 맞혀 주셨습니다.” (김 비대위원)
1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도중 ‘돌발 퀴즈쇼’가 펼쳐졌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김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22대 총선을 앞두고 혐오 표현,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 잘못된 비유 등 일부 정치인들의 막말이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면서 “제가 올바르지 못하고 차별적인 표현을 하면 그것을 바로 잡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면서 즉석 퀴즈를 시작했다.
한 위원장이 정답을 맞힌 뒤 김 비대위원이 바로 ‘(윤재옥) 원내대표님’을 부르자 한 위원장이 웃으며 윤 원내대표의 어깨를 만졌고, 윤 원내대표가 당황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장내에 있던 참석자들도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김 비대위원은 윤 원내대표에게 “항상 의회 폭거에 맞서시면서도 굉장히 이런 표현을 안 하셔서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의원님 중 한 분”이라면서 “‘외눈박이 같다’는 말을 어떻게 바른말로 고쳐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윤 원내대표는 “약간 팁을 줬는데 ‘편협된’”이라고 답을 맞혔다.
이어 김 비대위원은 김경율·구자룡 비대위원에게 각각 ‘눈먼 돈’과 ‘절름발이 행정’을 바로 잡아 달라고 요청했고, 정답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의심스러운 돈’과 ‘불균형 행정’이었다.
김 비대위원은 “혹시라도 이런 은유나 직유를 사용하고자 할 때 원관념과 보조관념에 본인의 이름을 넣어달라.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써도 되지만, 기분이 껄끄럽다면 절대 쓰면 안 된다”면서 “국민의힘은 자기 진영에 안주하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데 함몰된 정치,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막말 마케팅을 하는 정치와 맞서 싸우겠다”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 위원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정말 뜨거운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뜨거우면 말이 좀 더 세진다”며 “국민의힘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언행을 하자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저도 김 의원님 말씀을 항상 마음에 두고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퀴즈에 앞서 김 비대위원은 21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한다’고 했던 발언을 언급하며 “모욕적 발언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우려를 높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도 다르지 않았다. 모 후보가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을 해서 국민의 우려와 실망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 총선 때 세월호 유족을 모욕해 파문을 일으킨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사례를 의미한다.
또 김 비대위원은 “정치인은 말을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국민의 공복”이라며 “절제된 언어로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길을 제시하고 증오와 배제의 언어를 몰아내는 것은 정치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