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초대 수장인 김진욱(사법연수원 21기) 전 처장과 2인자인 여운국(23기) 전 차장이 나란히 변호사 개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고위 공직자였던 두 사람이 퇴임 한 달도 안 돼 변호사 개업을 한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처장은 지난달 20일 퇴임 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해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록을 거쳐 최근 개업했다. 여 전 차장도 지난달 28일 퇴임 뒤 같은 절차를 밟아 최근 개업했다. 두 사람 모두 공수처를 떠난 지 얼마 안 돼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법상 변호사 개업을 하려면 지방변호사회 등록 신청을 거쳐 변협에 등록해야 한다.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만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변협은 내부 독립 기구인 등록심사위원회 회부 없이 빠른 시일 내에 등록을 허가한다. 김 전 처장과 여 전 차장이 변호사 개업까지 걸린 기간은 통상의 변호사와 비슷하고, 이례적으로 빠른 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법조계에선 김 전 처장과 여 전 차장의 변호사 개업을 두고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 등록 신청은 변호사법에 정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한 달 안에 수리되는데, 고위 공직자의 염결성을 감시하는 기관인 공수처 위상을 고려할 때 수뇌부가 퇴임 직후 서둘러 등록 신청을 한 건 다소 의아스럽다”면서 “눈에 띄는 이해 상충이 없더라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권순일 전 대법관 사태 이후 고위 법조인들의 변호사 등록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은데, 자중하지 않고 바로 등록한 건 신중하지 못하다”면서 “공수처는 신생 조직인 만큼 그런 구태를 답습할 필요가 없는데 관행이 될까 봐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의 본류인 ‘재판 거래’와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권 전 대법관은 2022년 변호사 등록 신청을 자진 철회하라는 변협 요청에도 뜻을 굽히지 않아 결국 개업했다. 현행 변호사법상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한 형사소추 등 사법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 변협은 등록 신청을 받아 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