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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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동문 “입틀막은 폭행”…경호처 고발

대통령경호처 고발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학위 수여식 축사 도중 졸업생이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간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동문들이 20일 대통령경호처를 경찰에 고발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 파견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폭행, 감금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졸업생 주시형(96학번)씨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호처 직원들은 말로 항의한 졸업생의 입을 막고 끌고 나가 체포했다"며 "이러한 경호처의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 및 과잉행사해서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심각한 폭력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한 대통령 경호처 직원은 물론 경호처장과 대통령이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한 것은 아닌지 법에 따라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졸업생 김신엽(18학번)씨는 "과학기술 대한민국의 미래다. IMF 때도 삭감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R&D 예산을 4조6000억원 삭감했다"며 "학교에서는 '너희는 예산 얼마나 깎였어'가 친구들 사이 인사가 됐고 중단된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R&D 예산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양한 사람 생각이 공존하고 부딪히는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라며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마땅한데, 윤석열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2004년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혜민(01학번)씨는 "이번 졸업식 강제연행과 감금 사태로 인해 카이스트 구성원들과 과학기술연구계의 분노가 폭발했다"며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두고보지만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R&D 예산 삭감과 졸업생 강제연행을 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서명에는 만 하루 만에 카이스트 구성원 수백명이 동참했다"며 "오늘 고발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카이스트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 이 사태를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 열린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시점에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에 대해 항의하다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의 신민기 대변인으로 확인됐다.

 

KAIST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및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양대 총학생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학위수여식 학생 퇴장 조치가 과도한 대응이라고 판단했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찰나에 팔다리가 들린 채로 입이 틀어 막히며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