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권을 살리고 청년창업을 돕자며 만든 ‘청년몰’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 청년층을 위한 저비용 창업 플랫폼으로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는 정책 제안이 나왔다. 두 마리 토끼를 쫓기보다는 청년창업에 방점을 찍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8월 전국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를 토대로 ‘전통시장 청년몰, 실패의 경험과 발전모델 탐색’ 보고서를 20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창업 지원 목적으로 2016년 출범한 청년몰 조성 사업은 폐장 속출과 낮은 매출액, 높은 공실률 등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시설 노후화에 따른 수선비용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빈 점포가 늘면서 전남 여수에 조성돼 한때 27개 점포가 성업했던 청년몰 ‘꿈뜨락몰’은 6년 만에 폐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성한 전국 청년몰 43곳 가운데 6곳(지난해 12월 기준)이 폐점했고, 600곳 넘는 전체 점포 가운데 32%는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경기도에선 4곳의 청년몰이 아직 영업하고 있다.
경기연구원은 청년몰 영업 현황 등을 인용하며 “공실률 100%였던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이 영업률 70%의 활력 공간으로 변신했는데 이를 정책 실패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인식조사에선 응답자의 64.1%가 ‘청년몰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용 만족도 역시 ‘만족’이라고 밝힌 응답자(51.2%)가 ‘불만족’ 응답자(7.2%)보다 7배가량 많았다.
다만, 연령별 인지도에선 10대(33.1%)와 20대(52.5%)가 전통시장의 주 이용객인 30대(68.7%), 40대(67.1%), 50대(67.9%), 60대 이상(71.8%)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업종·품목의 다양성과 차별성을 청년몰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청년몰 입점 상인들의 경우 창업 초기 비용이 적은 점을 큰 강점으로 들었다. 안산시의 경우 청년몰 퇴점 이후에도 또 다른 사업장에서 영업을 지속하는 청년상인이 66.7%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소유 구조·매장 배치·입지 등의 분석을 토대로 △전통시장 활성화보다 청년창업 성공을 핵심 목표로 설정 △사업 목적에 따라 인큐베이터·테스트베드·핫플레이스형의 3개 모델 차별화 △청년상인 성장단계별 플랫폼 구상 △상인조직 주도형 모델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기동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상인의 실력 향상을 통한 제품 매력도 제고가 핵심”이라며 “전문교육, 컨설팅 등의 지원을 강화하고 개점휴업과 공실 방치를 유발하는 입점 조건의 합리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