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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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비명계 위주 컷오프, 이런 게 李 사당화 아니고 뭔가

박용진·윤영찬 의원 등 반발 확산
현역 뺀 여론조사로 비선 논란도
‘밀실 사천’은 총선 패배 자초할 뿐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윤영찬 의원이 어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평가에서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이재명 사당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목표는 윤석열정권 심판인가, 이 대표 개인 사당화의 완성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제는 4선의 김영주 의원이 컷오프 대상인 하위 20%에 포함되자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하위 20% 의원 31명 중 비명계가 대다수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추가 탈당으로 민주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의원들 반발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국민의힘과 다르게 이미 1년 전에 정해진 시스템, 특별당규, 당헌에 따라 공천이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진행되는 공천 작업을 보고 이 대표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이 제외된 여론조사가 진행되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아니라 이 대표와 핵심 측근들이 밀실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를 논의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는 등 혼탁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 비명계인 홍영표·이인영·송갑석 의원 등의 지역구를 대상으로 현역 의원들을 제외한 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신 친명계 인사들을 넣어 국민의힘 후보와 비교하는 ‘후보 적합도 조사’가 실시됐다는 것이다. 이수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대결시키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는 기사가 나오자 이 대표와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비명계는 비선 조직에서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이 대표가 선거 승리보다 ‘이재명당’ 만들기에 관심이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공천의 생명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불편부당하게 진행돼야 한다. 공천 작업 주체가 공관위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친명 지도부가 비공개 회의체를 가동해 공천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건 시스템 공천이 아니라 ‘밀실 사천’이다. 당대표가 공관위를 이렇게 무력화한 전례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표가 이런 식으로 공천을 하고도 총선에서 이기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