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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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 전문가 “북한 노동자들 중국서 집단파업… 북한 정권 통제력 상실”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을 했다는 일부의 보도와 관련해, 북한 정권의 통제력 상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 탁민지 연구원은 20일 ‘중국 지린성 북한 해외노동자 집단 파업 사태의 함의: 해외 파견 노예노동의 위기’라는 온라인시리즈 보고서에서 파업 사태가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 국방성 산하 무역회사가 파견한 노동자 약 2000명이 지난달 11∼14일 중국 지린성 허룽(和龍)시의 의료 제조·수산물 가공 공장을 점거,폭동을 벌였다고 지난 17일 보도했다.

 

이들은 장기 임금 체불에 화가 나 파업을 벌였으며, 북한 당국이 영사와 국가보위성 요원을 총동원해 수습을 시도했음에도 북한에서 파견된 관리직 대표가 폭행으로 숨졌다고 한다.

 

탁 연구원은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와 임금 탈취에 의한 필연적 결과로 보이지만, 그간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보인 일탈행위와는 뚜렷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이 아닌 집단 차원의 반발이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조직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억압된 북한 사회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또 파업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의 직접적 책임을 요구했다는 점은 “고난의 행군 이후 ‘우리 삶을 책임지는 국가’에 대한 희망을 버린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우리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라는 개념을 정립해 불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탁 연구원은 파업 참여자들이 숙련 노동자들인 만큼 북한 당국으로서는 외화 수익 유지를 위해 이들을 강하게 탄압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요미우리는 북한 당국이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한편 주도자 200여 명을 추려 그중 절반, 즉 전체 참여자의 5% 내외만 송환하는 데 그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탁 연구원은 이런 북한의 태도가 그간 보여온 수탈 및 인권 침해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력 상실이라는 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통일부는 이 사건의 진위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국정원 관계자는 사건 진위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으로 말미암아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