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과 사과 등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생산자 물가가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와 공산품 가격까지 오르면서 향후 소비자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80으로 지난해 12월 121.19보다 0.5% 상승했다.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며 1년 전보다는 1.3%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수치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생산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7월 0.3%부터 8월 0.9%와 9월 0.5%로 석 달 연속 반등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10월 -0.1%, 11월 -0.4%로 하락한 후 12월에 0.1%로 다시 반등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림수산품이 전월 대비 3.8% 상승하며 오름세를 이끌었다. 축산물은 1.3% 내렸으나 농산물이 8.3% 폭등했고 수산물도 0.2% 올랐다.
농산물 중에서는 감귤(48.8%), 사과(7.5%) 등이 크게 올랐다. 사과의 경우 전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이 115.4%에 달했다. 지난해 사과와 배 작황이 부진하면서 대체 수요가 늘어나 감귤 가격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신선식품은 지난해 12월 13.9%에 이어 지난달에도 10.0%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 연속 내렸던 공산품은 0.1%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제1차금속제품(-1.0%) 등이 내렸으나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0.9%), 화학제품(0.4%) 등이 올라 전월 대비 0.1%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도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 1.6% △사업 지원 서비스 1.1% △부동산 서비스 0.2% 순으로 오르면서 전월 대비 0.6% 올랐다.
유성욱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서비스업종은 인건비와 전기요금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정보통신 서비스 부문에서는 부대비용으로 전력이 많이 사용되는 부분이 있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먹거리 가격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다. 24일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부럼과 오곡 등의 가격도 작년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조사 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이날 정월대보름에 먹는 주요 10개 품목의 가격이 전통시장 13만1600원, 대형마트 17만1480원으로 각각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통시장은 5%, 대형마트는 5.4% 각각 올랐다.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21년 이후 2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는데 올해는 호두 한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품목이 상승세로 전환됐다.
조사 대상은 오곡밥 재료 5개(찹쌀, 수수, 차조, 붉은팥, 검정콩)와 부럼 재료 5개(잣, 밤, 호두, 은행, 땅콩)로 전통시장 구매 가격이 대형마트보다 30.3% 저렴했다.
오곡밥 재료는 지난해 장마와 태풍 등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올랐다. 특히 붉은팥은 전통시장 구매 가격이 800g당 1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37.5%나 뛰었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2년 연속 작황이 좋았던 곡물류가 올해는 재배 면적 축소와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었다”며 “코로나19 기간 감소했던 모임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점차 제자리를 찾으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기업체감경기가 41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등 전방산업의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겹친 탓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p) 하락한 68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였던 2020년 9월(64)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전산업 업황 BSI는 지난해 9월 73에서 10월 70으로 떨어진 후 12월까지 유지되다가 올해 들어 1월 69, 2월 68로 두 달 연속 하락세다. 2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67로 전월과 동일하다.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해 8월 67까지 떨어진 이후 점차 오르다가 6개월 만에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가전제품·자동차 등 전방산업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7p) 업종의 체감 경기가 악화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의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부진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 BSI가 크게 하락했다”면서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가전, 자동차 부품 등의 수요가 많이 내려갔다”도 설명했다.
의료·정밀기기(-13p)와 석유정제·코크스(-7p)의 BSI도 수익성 악화 영향으로 하락했다. 기업 형태별로도 내수기업(-3p)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수출기업(+2p)은 올랐다. 규모별로는 대기업(-2p)과 중소기업(-1p) 모두 떨어졌다.
2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다른 업종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큰 건설업(-7p)의 부진으로 전월과 같은 67을 기록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5p)은 수요 증가로 체감 경기가 개선됐으며, 운수창고업(+2p)도 해운업 업황이 좋아지면서 BSI가 상승했다.
3월 전망 BSI는 전월보다 3p 상승한 72로 집계됐다. 반도체 가격 상승과 수요 회복 기대감으로 제조업(75)에서 4p, 비제조업(70)은 2p 각각 올랐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반영한 2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보다 1.8p 오른 93.3을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 등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는 93.4로 전월에 비해 0.1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