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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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린벨트 규제 혁신, 선거용 아닌 국토 균형발전 마중물로

지역전략사업 GB 해제 총량 예외
패스트트랙으로 1년내 절차 완료
재량권 남용과 환경 파괴 막아야
그린벨트, 해제 않고 보존하기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한 결과 해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와 관련해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2020.7.20 hihong@yna.co.kr/2020-07-20 15:37:07/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그린벨트(GB·개발제한구역) 등 20년간 획일적으로 운영됐던 토지 규제가 대폭 풀릴 전망이다. 정부는 어제 울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비수도권 GB 규제를 폭넓게 해제해 지역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내용 자체가 파격적이다. 비수도권 국가 주도 사업만 GB 해제 총량에서 예외를 허용하던 것을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지역전략사업으로 범위를 넓혔다. 지자체의 재량권을 대폭 인정한 것이다. GB 규제 혁신이 국토 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1971년 도입된 GB는 국토 면적의 3.8%에 달한다. 지역전략사업으로 선정되면 패스트트랙(신속조사)을 도입해 GB 해제까지 수년씩 걸리던 사전 협의 및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1년 이내에 끝낼 수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특화 산업 육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보수적 관료 행정으로 악명 높은 일본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구마모토현 TSMC 제1공장을 20개월 만에 준공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12조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도 모자라 50년 넘은 그린벨트까지 풀었다. 구마모토현이 앞장서 공업용수와 도로 정비까지 끝냈다. 2019년 2월 부지 선정 이후 다섯 차례나 착공이 연기된 끝에 빨라야 내년에나 공사에 들어가는 경기 용인 SK하이닉스 공장과 대비된다.

원칙적으로 불허되던 환경평가 1·2등급지 GB 해제도 허용된다. 환경평가 1·2등급지 GB는 식물의 수령이 증가하면서 20년 사이 12.2%포인트나 확대돼 현재 전체의 79.6%에 달한다. 개발 가용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비수도권 국가·지역 전략사업에 한해 1·2등급지 해제를 허용하되 대체 GB를 지정하는 고육책이 나온 것이다.

이번 그린벨트 규제 혁신은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경제 활성화, 첨단산업 발전에 방점이 찍혔다. 수십년간 이어진 일률적 규제로 개인의 재산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발표 시기 등 운용의 묘가 아쉽다. ‘민생토론회’를 내걸었지만 총선을 앞둔 대통령·정부의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한 만큼 선거 이후로 미루는 게 옳다. GB는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자산이다. 엄격한 기준과 심사를 통해 규제 해제 지역을 선정해 환경 파괴와 난개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권한이 커진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에 대한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