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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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조작 혐의' 교수 사망…유족 "강압수사가 사지로 내몰아"

경찰 "물적 증거로 범죄 입증, 유족 주장 사실과 달라" 해명
“강압수사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논문 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전북지역 한 국립대 교수의 유족과 제자들이 이같이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논문 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전북의 한 국립대 교수가 숨진 가운데 22일 사망한 교수의 유가족과 제자들이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부당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대 교수 A씨의 아내 문모(46) 씨와 제자들은 22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짜맞춘 수사가 남편을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남편이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연구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에 실리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며 “다른 데 일할 곳이 있었지만, 모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겠다는 사명감으로 해당 대학에 온 건데 동료 교수의 잘못된 제보 등으로 죽음에 이르렀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남편이 연루된 사건(논문 조작)은 경찰이 그동안 3번이나 검찰에 송치했고 담당 검사가 3번이나 바뀌었다”며 “이로 인해 3년 넘게 변호인이 의견서를 내고 의혹을 다 소명했지만, 경찰은 계속해서 잘못을 추궁해 남편이 학교에 출근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다 결국 공황장애까지 앓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유족은 “경찰이 압수수색 등 과정에서 위법한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 피의자 인권을 유린했다”라고도 주장했다.

논문 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전북의 한 국립대 교수가 숨진 가운데 22일 사망한 교수의 유가족과 제자들이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가 부당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씨는 “경찰이 남편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하면서 ‘비밀번호를 적으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가족이 아무런 설명 없이 압수수색 해도 되느냐고 항의하자 경찰관은 ‘판사가 그렇게 하라고 영장을 발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등 정보저장매체에 담긴 자료를 확인하고자 비밀번호를 해제하려면 포렌식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강압적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문씨는 “수사 과정에서 제보자 이외 다른 교수나 학생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해달라고 요구했고 당사자들도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경찰은 검사에게 ‘참고인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얘기해 남편이 결국 구속됐다"고 억울해했다.

 

또 “경찰이 한 사람을 죽이려고 강압수사를 통해 만든 결과물”이라며 “남편을 억울하지 않게 보내주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A교수는 2021년 9월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오다 전날 오후 6시20분쯤 부안군 변산면 한 해수욕장 인근에 세워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확인됐다.

 

국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재계약 임용을 앞두고 연구 실적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논문을 임의로 조작해 심사위원의 공정한 공무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된 이후 법원의 구속적부심 인용 결정에 따라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논문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으며, 착오로 수치를 잘못 기재한 것”이라고 고의성을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북경찰청은 “유족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홍장득 전북경찰청 수사과장은 “참고인 진술뿐만 아니라 당시 확보한 물적 증거 등을 통해 범죄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피의자를 구속하게 된 것”이라며 설명했다.

 

또 “논문 수치 조작 의혹 또한 단순 과실보다 고의 또는 임의로 수치를 수정한 정황이 발견됐고,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피의자가 동의해서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뒷받침할 압수수색 채증 영상에 대해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고인께 범죄행위 증명 책임을 전가하거나 강압적으로 수사한 사실이 없다”며 “이미 대학 측에서도 경찰의 입건 전 조사(내사) 이전에 논문과 관련해 행정처분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