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에 분양가의 반값에 판매하거나 대금 대신 가상화폐를 받고 시행사가 고가의 소개비를 부동산에 주는 MGM 마케팅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분양을 막기 위한 건설사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두 번의 유찰을 거쳐 수의계약 형태로 입주자를 구하고 있는 경북도청신도시 2단계 단독주택지(레이크빌리지)는 ‘MGM 마케팅’을 도입했다. MGM은 ‘멤버스 겟 멤버스(Members Get Members)’의 약자로 고객이 다른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해 판매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일종의 다단계식 마케팅 방법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레이크빌리지 사업자인 경북개발공사와 민간 주택건설사는 단독주택 계약을 알선할 때마다 한 건당 1000만원의 MGM을 지급하겠다고 최근 안내했다. 민간주택건설사가 900만원, 개발공사가 100만원을 준다.
현재 경북도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는 ‘레이크빌리지 매물’을 광고하는 A4용지가 창가에 나붙어 있다. 중개업자는 ‘매물 문의가 있느냐’는 기자 물음에 “단독주택에 관심을 갖고 연락을 주는 사람이 있는데 아직 물건을 실제로 판매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이크빌리지를 계약하면 중개업자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상당히 크다”면서 “보통 도청 신도시 아파트 한 채를 매매 중개하면 매도자와 매수자로부터 각각 90만~100만원을 받는데 레이크빌리지 한 채를 중개하면 아파트 다섯 채를 중개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레이크빌리지는 안동시 풍천면 호민지 인근 제1종 일반주거지역 3만2341㎡ 부지에 2025년까지 109세대의 단독주택 준공이 목표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높은 금리 등의 여파로 레이크빌리지 분양률은 저조하다. 분양에 나선 지 다섯 달째인데도 전날 기준 전체 109필지 중 25필지(22%) 계약만 성사된 상태다.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코인거래소를 벗어나 주택 분양시장에도 들어오고 있다. 주택 미분양이 속출하자 분양 대금을 가상자산으로 받겠다는 업체가 등장했다. 제주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제주 휴안 더갤러리 애월2차 빌라(24세대)가 가상자산으로 분양 대금을 결제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빌라는 최근 주택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분양가를 대폭 할인하고 가상자산으로 분양 대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시행사 대표는 “암호화폐 결제는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에 비해 더욱 신속하고 투명하며 저렴한 수수료로 진행할 수 있어 주택 분양 시장에서 새로운 결제 대안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결제 확대에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법적 규제와 안전성에 대한 보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이 늘자 읍면 지역의 경우 분양가 반값 파격 할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지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74만원으로 전국 평균(1736만원)보다 48% 높았다. 이 같은 아파트 분양가는 전국 지자체 중 서울(3495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 전체 미분양 주택은 2499채, 준공 후 미분양은 1059채에 달했다. 가격이 치솟으면서 외지인의 매입 물량도 1년 사이 40%가량 감소했다.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도 2023년 1월 23.3%에서 같은 해 11월 15.5%로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