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힘 광주 동남을 박은식 후보 “전문성 발휘 ‘지역 의료’ 문제 해결” [심층기획-‘지역구도 타파’에 몸 던진 여야 신인]

“당, 험지 출마 땐 아낌없는 지원을
청년 정치 단어 오염… 안 썼으면
의사를 ‘공무원’처럼 생각 시각 커
‘집단행동 사태’ 대화 통해 잘 풀길”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가 여전히 뚜렷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야에서 각각 험지 출마에 도전장을 낸 1970∼80년대생 젊은 후보자들이 있다. 광주 동남을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와 부산 사하을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성 후보다. 상대 당의 전통적 텃밭이자 자신의 고향인 지역구에 출마하는 두 후보는 각자의 전문성에 기반해 차별화된 지역 맞춤형 공약을 구상하고자 힘을 쏟고 있다. 내과의사 출신인 박 후보는 광주·전남 지역의 대학병원이 몰린 광주 동남을에 출마하며 지방 환자들이 서울로 몰리는 문제 등 지방 의료에 관한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정보기술(IT)기업 이사 출신인 이 후보는 전문성을 살려 부산을 ‘이(e)스포츠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히 선수(당선 횟수)를 쌓는 것보다 정치적인 의미와 서사를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제 고향인 광주에 출마를 결정했습니다.”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가 지난 22일 서울 용산의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여당 험지에 출마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박 후보는 “개인이 어떤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정책을 만들어 입안을 할 것인지 등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광주 동남을에 단수공천을 받은 국민의힘 박은식 후보는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명분 있는 출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례라든지 서울의 좋은 자리 등 여러 제안이 있기는 했다”면서도 “당선 가능성을 떠나 저는 제 고향과 호남이 바뀌기를 바라며 칼럼을 쓰고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제 고향 광주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과전문의인 박 후보는 호남 출신 보수논객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전통적으로 보수당의 험지인 호남의 지역구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를 묻자 박 후보는 “예전보다는, 2020년보다는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너무 한 지역에서 한 정당만 찍어주는 것이 지역 발전에 결코 좋지 않다는 점에는 다들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인물이 좋은 정책을 가지고 나오면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변화를 향한 기대감을 표했다.

다음은 박 후보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 광주 동남을 박은식 후보.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 박은식 비대위원(광주 동남을 후보) /2024.02.22 허정호 기자

―​광주가 고향이라는 점 외에 광주 동남을 출마를 결정한 이유는 뭔가.

“동남을 지역구에는 광주·전남의 유이(唯二)한 대학병원 2개가 몰려 있다. 전남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이다. 남구 일부까지 합치면 광주기독병원도 있으니 ‘유삼(唯三)한’이라고 해야 하나. 인턴, 레지던트를 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 세 군데가 동남을에 몰려 있는 거다. 이들의 애로 사항이 뭔지 저는 대학병원 생활을 해 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은 증축을 계획 중이기도 하고 지역의 환자들이 서울로 향하는 문제라든지 그런 부분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제가 나름대로 겪어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의 험지에 출마하는 입장에서 어떤 부분에 지원이 필요한가.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은 금전적으로 득표율 15%를 넘겨야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는데 15%도 험지에선 쉽지 않다. 그래서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고 행정적인 부분이나 인력적인 부분에서도 지원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이번 총선에서 우리 당은 원래 광주 8개 지역구 중 5곳에만 출마자가 있었다가 최근 인재 영입된 양종아 전 광주MBC 아나운서가 광주의 빈자리로 출마하려고 하는 등 빈 지역구도 다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험지가 다 채워지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당이 아낌없는 지원과 홍보를 해주면 좋겠다.”

 

국민의힘 광주 동남을 박은식 후보.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 박은식 비대위원(광주 동남을 후보) /2024.02.22 허정호 기자

―여당 청년 정치인으로서 현재의 ‘청년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나.

“사실 청년 정치란 단어 자체를 안 썼으면 좋겠다. 정치면 정치지 노인 정치, 청년 정치, 여성 정치가 따로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청년 정치라는 단어가 최근 많이 오염됐다. 일종의 ‘정치적 촉법소년’처럼 여겨진다. 청년 정치라는 말에는 ‘어리니까 괜찮아, 실수할 수 있어’ 이런 의미가 들어있다. 그런데 정치는 그래선 안 된다. 실수나 오류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분야에서 다년간 축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게 맞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문성과 정책적 해결 능력 같은 걸 말해야 한다. 다만 다음 세대의 정치인을 길러내는 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다 잘 못 하고 있는 건 맞다. 당내 육성 프로그램이 활발하지 않고 외부에서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선진국들은 그런 육성 프로그램이 잘돼 있다고들 한다. 그 점에서 모자란 부분이 있는 건 인정한다.”

―의사 출신으로서 최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 사태를 어떻게 보나.

“서로 대화해서 잘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다만 대한민국에서는 의사를 바라볼 때 약간 공무원처럼 생각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의사는 이런 진료를 해야만 한다, 의료 현장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당위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의사가 공무원인 나라는 그렇게 해도 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대에 들어갈 때부터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가고 등록금 등에도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병원에서 자기가 일을 해서 돈을 받는다. 수련의 과정도 수련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그리고 시술이나 처방의 수가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저수가로 묶여 있으니 비급여 치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병원을 개원할 때도 각자가 자기 돈을 투입하지 정부에서 도와주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의사는 이래야만 해, 저래야만 해 하는 게 직접 겪는 분들 입장에서는 박탈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시선이 생기는 거고 반대로 의사들은 ‘나한테 왜 이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다. 그런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