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의사 고유 업무까지 간호사들이 떠맡아 불안해한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부분 마취와 피부 절개가 필요한 ‘케모포트’ 주사 삽입, 수술 보조 및 봉합,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 처방 등까지 간호사들이 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간호협회의 ‘현장 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150건이 넘었다. 일손 부족으로 환자 소독 시행 주기가 4일에서 7일로 늘어났다고 한다. 갈수록 상황이 악화할 수밖에 없어 걱정스럽다.
문제는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장치 없이 불법의료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진료보조(PA) 간호사 합법화에 극구 반대해 온 의사들이 지금은 삽관, 동맥혈 채취 등까지 간호사들에게 맡긴다. 전공의들이 하던 대리 처방과 진단서 작성을 강요받은 간호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PA 간호사만이 아니라 전체 간호사가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고가 나면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어느 간호사가 몸 사리지 않겠나. “간호사들이 걱정 없이 환자를 보살필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적 안전망을 시급히 마련해 줘야 한다”는 탁영란 간호협회장의 말에 귀 기울일 때다.
정부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간호협회와는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한다. 평상시에는 외면하다가 급할 때면 꺼내 드는 정부 정책의 이중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간호사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간호법 제정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당시 정부는 “연말까지 PA 간호사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간호사들이 ‘염치없는 정부’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이탈할 때마다 간호사들은 묵묵히 자리를 지켜 왔다.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환자 곁을 떠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고마워할 줄 모른다. 2020년 파업 당시엔 일부 전공의가 자신들의 빈자리를 메워 준 간호사들이 업무권을 침탈했다며 고발까지 했다. 이번에도 현장을 떠난 일부 전공의들이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하면 나중에 고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비상 상황에 간호사들이 환자를 걱정 없이 돌볼 수 있게 서둘러 면책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설] 의사들 탓에 불법의료 내몰린 간호사, 면책 대책 시급하다
기사입력 2024-02-26 01:19:16
기사수정 2024-02-26 01:19:16
기사수정 2024-02-26 01: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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