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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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친명’은 단수공천 ‘비명’은 경선, 이게 시스템 공천이라니

‘친명횡재·비명횡사’ 반복되는데
“지도부 입김 끼어들 틈 없어” 강변
총선 승리보다 ‘李 방탄’ 중요한가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어제 21개 선거구에서 17명을 단수 공천하는 내용의 7차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청래·서영교 최고위원 등 친명(친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단수공천을 받았다. 4개 지역구에서 경선을 치르게 된 의원들은 모두 비명(비이재명)계다. 광주 서구갑 송갑석 의원은 조인철 전 광주광역시 문화경제부시장과, 박영순 의원(대전 대덕)은 박정현 최고위원과 맞붙는다. 송 의원과 박 의원은 각각 평가 하위 20%와 10% 통보를 받았다. 이번에도 친명계가 약진하고 비명계가 배제됐다.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이 되풀이된 것이다.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인 김민석 의원은 어제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 국민의힘은 시스템 사천”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8년 전 정해진 시스템 공천의 틀이 유지되고, 국민의힘은 한동훈·윤재옥에 의한 당무 기여도 채점으로 시스템 사천을 굳혔다”는 것이다. 김영주·박용진·윤영찬·설훈 의원 등 비명계가 자신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탈당 선언 등 불복 입장을 밝혔다. 친명계였던 이수진 의원마저 공천 결과에 반발해 탈당했다. 그런데도 시스템 공천이라고 강변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민주당의 공천 내홍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경선 여론조사업체 선정 과정에 친명계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지도부 내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친명계가 문제의 여론조사업체를 배제하기로 하고 홍 원내대표도 당 지도부 갈등설을 부인했지만 내홍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가장 큰 뇌관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서울 중·성동갑 공천 여부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후견인’인 이해찬 전 대표가 임 전 실장을 공천해야 한다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탈락하면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언주·추미애·전현희 전 의원 공천 문제도 인화성이 강한 사안이다.

공천 파동을 겪은 정당은 총선에서 대부분 패배했다.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도 이명박정부 말기인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그랬다. ‘정부심판론’에 안주해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파열음을 내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게 과반 의석을 내준 것이다. 이 대표도 불과 12년 전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비명횡사 공천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총선 승리보다 이 대표를 방탄할 호위무사 숫자를 늘리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