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하나? 섞어서 주면 되지?”
지난 17일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순대 1인분을 주문하자 상인은 다른 설명 없이 “골고루 섞어주겠다”고 말했다. “저희도 순대 하나, 떡볶이 하나요”라는 옆자리 손님 주문에 이 상인은 또다시 “응, 순대는 골고루 맞지?”라고 말한 뒤 곧장 몸을 돌려 순대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계산을 위해 카드를 건네자 상인은 다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계좌이체밖에 안 된다”고 답했고, 가격을 묻자 “순대 하나 1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 상인이 말한 ‘골고루’는 순대 단품이 아닌 간·허파·머릿고기 등 돼지 부속이 함께 섞인 ‘모둠순대’를 뜻했다. 광장시장에서 순대 단품은 보통 7000~8000원대, 모둠은 1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었는데 해당 노점 외에도 다수 노점이 더 비싼 ‘모둠’ 메뉴로 바꿔치기해 판매 중이었다. 이날 옆자리 손님은 “골고루 주신다길래 당연히 간이나 허파를 섞어준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누가 모둠으로 알아듣겠냐”며 “저희도 가격이 생각보다 더 나와서 다시 여쭤봤다”고 말했다.
바가지요금으로 꾸준히 논란이 됐던 광장시장이 최근 ‘가격 올려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달 초 한 음식 리뷰 유튜버가 “무조건 당하니 조심하라”며 광장시장 내에서 이 같은 업장을 공개해 재점화된 것인데, 논란 이후 일주일가량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유사한 방식으로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튜버의 영상에는 계산하기 직전까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다 먹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 유튜버는 “2년 전에도 똑같은 수법에 당했었다. 몇몇 가게들이 ‘모둠’ ‘섞는다’는 표현을 하며 더 비싼 메뉴로 결제하도록 유도한다”며 “이 수법에 당하니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가격에 비해 양이 적은 모둠전을 판매한 광장시장 업장들이 바가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서울시와 종로구, 상인회 측은 계속되는 논란에 가격정찰제와 정량표시제 등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일부 상인들은 가격을 유지하되 음식량을 줄이거나 비싼 메뉴로 바꿔치기하는 등 ‘꼼수’ 판매 중이었다.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종로구는 사실 관계를 파악해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광장시장 상인회 측도 “일부 가게에서 이런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민원이 접수돼 파악 중”이라며 “자체적으로 시장 내 점포에 대한 수시 점검을 펼쳐 바가지요금 등 위반업체에 대해선 영업정지 등 제재를 내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위장 손님으로 방문하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 등을 도입, 상인회가 스스로 자정노력을 계속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예산 6500만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개선책을 내달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