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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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29일까지 복귀 시 책임 묻지 않겠다”… 정부, 최후통첩

3월부터 행정처분 본격화하나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에 반발해 진단이탈한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복귀하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이탈 후 이들의 병원 복귀 시점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3월부턴 집단행동에 대해선 행정처분 개시 등에 나서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정부가 ‘2000명 증원’ 고수 방침을 수차례 확인했고, 전공의들은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의·정간 공식적인 협의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정부 최후통첩의 의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6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집단이탈 중인 전공의들에게 “지금 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하고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며 “29일까지 여러분들이 떠났던 병원으로 돌아온다면 지나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환자분들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의 목소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더욱 크고 효과적으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 시점을 29일로 못박은 것은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위기가 3월부터 최고조에 이를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공의들을 대신해 병원을 지키고 있는 전임의(펠로)들의 재계약 시작일(3월1일)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다.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은 이달말 전임의와의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상당수 전임의가 재계약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가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를 촉구하면서, 병원을 떠나려는 전임의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상민 행안안전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의·정간 협상 개시 ‘난맥상’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 시점을 못박은 것은 협상에 나서라는 압박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0명 증원’을 두고 양측간 입장 차이가 첨예해 의·정간 공식 협상이 본격화할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정부는 전날에도 ‘2000명 증원’에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실고위 관계자는 “충원이 필요한 의사 인력은 3000명 내외지만 정부는 여러 여건을 고려해 200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30여년 간 의대 인원이 한 명도 증원되지 못하면서 감소한 인원이 누적 7000명에 이르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3000명으로 추계했지만 이를 줄여서 2000명으로 정했고 (이 숫자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늦게 증원할수록 증원되는 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수경 대변인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휴학사태가 정부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을 두고 의사들이 환자 목숨을 볼모로 집단 사직, 휴학하는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당장 협상 주체를 놓고 혼란한 의료계도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수하면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의대 대강당에서 회동한 뒤 “전공의 복귀를 위해선 협박이나 강제가 아닌 설득이 필요하고, 정부가 교수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어 “전공의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며, 이를 돌리기 위한 대책은 협박이나 강제가 아니라 설득에 의해야 한다”며 “제자들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법률적으로 부당할 경우 우리도 사법적 위험에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비대위는 그러면서도 “대화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며 “정부는 의대 교수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서 대화하기를 요청한다. 실질적인 협의는 4월 총선 이후로 연기하는 대신 그동안 의제 설정과 기본적인 상호 의견교환을 지속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당장 협의 주체와 내용 등에 합의하자는 것인데, 이날 회동 참석자 80여명 가운데 전공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선 교수협의회 비대위 이전에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3월부턴 집단이탈 행정처분 등 본격화

 

정부의 최후통첩은 다음달 1일부턴 집단이탈에 대한 행정처분 개시 등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이기 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주말까지 사직서를 낸 1만여 가량의 전공의 가운데 약 9000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사실을 확인해 업무개시명령을 했고, 이중 6000명 이상에 대해선 현장에서 명령 불이행확인서를 받았다. 통상 명령 불이행 확인 절차를 두 세차례 거친 뒤 행정처분 요건 여부를 판단한 뒤 당사자에 통보한다는 점에서 이번주말을 기점으로 사실상의 행정처분이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선동한 주동자에 대한 검·경 수사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경찰청 등은 이날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서 검경 실무협의회를 열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을 신속·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향후 긴밀히 협력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출입문으로 관계자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이날 회의에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 서울경찰청 수사2계장, 관내에 대형병원이 있는 혜화·서초·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이 참석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장관은 21일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의료계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하고 업무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기소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법 위반, 불법 집단행위에는 공정거래법 등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