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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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증적 ‘기업 밸류업’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하겠나

가치 제고 계획 자율공시 등 발표
강제성 없어 호응 끌어낼지 의문
경영환경 개선 없인 백약이 무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상장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편 등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기업 가치가 우수한 기업을 대상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들어 기관투자자의 투자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에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 참여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세제 지원 방식도 강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이런 내용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표명됐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매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강제가 아닌 상장사 자율성에 기댄 권고 형식이 문제다. ‘강제 공시’로 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부작용과 반발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이런 식으론 지배주주를 움직이기 어렵다. 세제 혜택이 미흡하면 참여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보다 원론적인 내용에 그친 것도 아쉽다. 이러니 증시에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코스피는 어제 밸류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며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선 데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개미들 표심을 겨냥한 측면이 있는 듯하다. 정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공매도를 금지하고 대주주 주식양도세를 완화하는 등 증시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주저앉은 우리 증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잘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의 처방이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대증 요법으론 한국 증시를 떠난 투자자들을 돌아오게 할 수 없다. 규제 혁파 등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기업 가치가 올라가고 주식시장 저평가도 바뀐다. 세계 최고 수준인 법인세와 상속세율 등 기업 발목을 잡는 요인들을 하나씩 없애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시장이나 기업에 개입하는 관치의 영역을 줄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이 실효성을 담보하도록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기업 경영환경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