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엔비디아·애플 대항’ 빅테크 거물들 방한… ‘연합전선’ 구축

저커버그·‘반도체 설계 전설’ 켈러
금주 韓 찾아 삼성·LG 등 만날 듯
XR 기기 헤드셋·AI 칩 논의 전망
韓기업, 매출 증대 이상 효과 기대

글로벌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의 수장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고 있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독점 구도를 깨고, 확장현실(XR·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장점을 합친 기술) 시장을 뒤흔드는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행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주 중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가 방한한다. 지난달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전격 방한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거물’들이 한국에 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왼쪽),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선 저커버그가 윤석열 대통령 예방 외에도 삼성전자, LG전자 경영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조주완 LG전자 사장과의 회동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메타가 LG전자와 XR 기기 헤드셋을 공동 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해서다.

메타는 XR 헤드셋의 ‘게임 체인저’가 필요한 상황이다. 메타는 2014년 가상현실(VR) 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뒤 XR 기기인 ‘퀘스트’ 시리즈를 꾸준히 내놓으며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 2일 공식 출시한 ‘비전 프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기존의 시장 지배력이 위태로운 상태다.

이에 LG전자가 하드웨어를 담당하고, 메타가 소프트웨어를 담당해 비전 프로를 넘어선 XR 기기를 개발하는 ‘XR 동맹’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LG전자 측은 “양측 만남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저커버그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메타가 지난달 자체 범용인공지능(AGI) 구축을 선언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AGI 반도체를 개발할 특별 연구 조직인 ‘AGI 컴퓨팅 랩’을 신설하면서,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가 ‘메타 전용 AGI칩’을 생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켈러 CEO는 오는 28∼29일 방한해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 여타 협력사들과 미팅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스토렌트가 AI칩 설계 회사이자 기존 삼성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인 만큼 삼성전자와 자체 AI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켈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올트먼이 게재한 “제길, 8(조달러)은 어때”라는 글을 인용하며 “난 1조달러 미만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트먼이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AI 칩 생산을 위해 7조달러(약 9300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선 가운데 켈러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자체 칩을 생산할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켈러는 이번 방한에서 한국지사 설립을 공식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도 방갈로르 등에 이은 여섯 번째 지사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CEO.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와의 연합은 삼성·LG에게 매출 증대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헤드셋 핵심 소비층인 글로벌 청년들의 빅데이터를 수집해 AI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기회가 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부품 계열사로의 ‘낙수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으로선 AI칩 생산 수주가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대만 TSMC를 추격할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