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하던 심정지 환자가 사망 판정을 받는 사건이 나오는 등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가 길어지면서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대형병원들이 수술·입원 일정을 줄이고 일부 진료도 연기함에 따라 환자들 사이에선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지 일주일이 지난 26일 서울 주요 대형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빅5’ 병원이 수술을 평소보다 30∼50% 줄이는 등 진료·수술 일정이 대폭 줄어서다.
보이는 것과 달리 전공의 파업 여파로 인한 의료 공백에 환자들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한 암 환자는 “암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가기가 어려워 퇴원하고 요양병원에서 통원하고 있다”며 “항암 환자는 간혹 급성 폐렴이 올 수 있어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들어갈 일이 생기는데 (입원·치료에) 문제가 생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찾은 자궁암 환자도 “항암 치료를 꼭 유명 대형병원에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다들 절박하니까 그럴 것”이라며 “희귀 암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그런 케이스를 다루는 병원이 많지 않아서 주요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파업 영향으로 적시에 진료받기 어려운 3차 의료기관이 아닌 2차 의료기관으로 향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유방암 환자 A씨는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빅5 병원에선 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검사 결과 보고 평이 좋은 2차 병원을 찾으려고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종양 제거를 위해 병원을 찾은 한 환자는 “황달 때문에 온몸이 가렵고 고통스러운데 (전공의 파업으로) 일정이 밀린다고 들었다”며 “사진 찍고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3일 대전에서는 의식장애 상태의 80대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 53분 만에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 결국 숨졌다. 이 여성은 해당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병상이 없거나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는데 대해 복지부는 대전시, 소방처 등과 합동으로 현장점검을 시행했으며 (대전 여성은) “말기 암 환자로 호스피스 진료 중 상태가 악화돼 이송과정에서 사망한 것”이라며 “응급실 수용 거부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