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더불어민주당 공천 내분이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 입장을 고수해 온 친문(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7일 컷오프(공천배제)되자 친문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반발해 당직을 사퇴했다. 공천 내홍 속 당 지도부 인사의 첫 사퇴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달리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공천에서 불이익을 보는 이른바 ‘비명횡사’ 현상이 날로 강해지면서 의원들의 연쇄 탈당 및 제3지대행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후보자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안규백 전략공관위원장은 “중·성동갑은 대단히 중요한 곳”이라며 상당 시간 논의 끝에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지역 현역인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역구를 서울 서초을로 옮김에 따라 새 후보를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이에 중·성동갑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는데, 임 전 실장이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서울 송파갑 지역에 출마하라는 당의 권유도 거부했다. 친문계 핵심인 임 전 실장 공천을 둘러싼 내분이 지속되자 이해찬 상임고문도 이재명 대표에게 ‘배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다.
최근의 비명계 축출 공천 양상에 반발해 전날 최고위 회의에 불참했던 고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여론조사 문제 등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면서 “총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우리 진영 안에서도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내외 비명계 인사들의 탈당도 이어졌다.
당 공천관리위로부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영순 의원은 “작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1인의 지배를 위한 사당으로 전락하고,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질됐다”며 탈당 후 제3지대 정당인 ‘새로운미래’로 가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 대표 등 당 주류를 향해 “동료 의원들을 조롱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태도를 노골화하며 공천이 아닌 망천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려 더 이상의 기대와 미련은 어리석은 것임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김윤식 전 경기 시흥시장도 민주당 탈당 및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김 전 시장은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경기 시흥을)에 출마하려 했지만, 검증 단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이 야권 비례연합을 모색하며 울산 북 지역구를 진보당에 내주는 결정을 해 컷오프된 이상헌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당에서 제시한 수도권 86곳의 지역구와 후보자에 대한 지지율 자료를 내일(28일) 낮 12시까지 저에게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 의원 측은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보면 된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