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새 원수 됐다.’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공천 탈락자들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폭로성 막말’을 쏟아내며 당을 떠나고 있다. 이 대표와 한솥밥을 먹던 공천 탈락자들은 한결같이 이 대표를 겨냥해 극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대표 면전에서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고 하고,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입당도 자유, 탈당도 자유”라며 탈당파에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내비쳤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배를 받는 전체주의적 사당(私黨)이 됐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을 발족하고 김대중 총재 비서로 정치에 입문해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동교동계 막내’가 40여년 만에 당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설 의원은 “이 대표는 연산군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과 측근과만 결정하고, 의사결정에 반하는 인물들을 모두 쳐내며, 이재명 대표에게 아부하는 사람들만 곁에 두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이재명 대표에게 민주당은 자신의 방탄을 위한 수단일 뿐, 윤석열 정권에 고통받는 국민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이 교도소를 어떻게 해야 가지 않을까만을 생각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도 지난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며 “동료 의원들을 조롱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듯한 태도로 공천이 아닌 망천(亡薦)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려 더 이상의 기대는 어리석은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1인 지배를 위한 사당으로 전락하고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질됐다”고 했다.
앞서 탈당을 선언한 이수진 의원도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밝힌 데 이어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어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언급한 판결은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에서 로비스트로 기소된 김인섭씨가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법원은 김씨가 2014~2016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이던 정진상씨를 상대로 수차례 청탁을 했고, 그 청탁 내용대로 인허가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하위 10%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친문 좌장 격의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명문(明文) 정당이 아닌 멸문 정당이 됐다”며 비판을 쏟아낸 뒤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고 거칠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국회부의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도 지난 19일 탈당을 선언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 라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내전 수준으로 접어든 가운데 이재명 대표도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최근 당내 공천 갈등에 탈당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해 “경기하다가 질 것 같으니까 경기 안 하겠다, 이런 건 별로 그렇게 국민들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당도 자유고 탈당도 자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노웅래·홍영표 의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의 반발에 대해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면서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같은 기둥 속에 큰 줄기를 함께 한다. 우리는 명문(이재명+문재인)정당”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지도부에 서울 중·성동갑에 자신을 컷오프(공천배제)하고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 한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의 거취는 지도부의 답을 들은 이후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에 따라 잠복해있던 임 전 실장의 ‘뇌관’이 터질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